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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Oct 11. 2019

개발자에게 언어가 중요할까요?

한 가지 언어 VS 다양한 언어

#사례 1

우리 팀의 여러 개발 파트 중 나는 웹 개발자다. 예전에 팀에 있던 선임급 한 명은 다른 파트의 개발자였는데 은근히 웹 개발자를 무시했다. 본인이 하는 개발이 난도가 높고 웹 개발자는 수준이 낮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례 2

특정 언어의 개발을 원하는 사원이 있었다. 그 언어가 가장 인기가 있고 구인을 많이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례 3

회사에서 특정 언어의 비중을 낮추겠다고 한다. 이유는 해당 언어의 개발자가 잘 안 뽑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발자에게 언어는 중요하지만 특정 언어가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두루 사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앞으로는 더 빠르게 바뀔 것이다. IT 시장의 변화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현직에 있지만 속도를 감당하기가 힘들다. 불과 1년이면 생태계가 크게 변동되어 있다. 새로운 언어는 계속 나오고 인기 있는 언어는 바뀌어 있다. 편의를 위한 라이브러리나 모듈은 넘쳐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다.


그런데 한 가지 언어만 고집한다고?


한 가지 언어만 파겠다고 한다면 구루급 개발자로 갈 생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길은 무척 어렵다. 그곳은 재능의 영역이다. 재능 있는 자들이, 취미로 개발을 하는 자들이, 퇴근하고도 개발을 하는 자들이, 할 게 없으면 개발을 하는 자들이 선점하고 있는 곳이다. 평범한 개발자가 노력만으로 올라가기는 매우 힘든 길이다. 그런데 실력도 없이 한 가지 길만 가겠다고 한다면 길의 끝은 낭떠러지다.


개발자라는 기술직은 갈수록 혹독해지고 있다.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 수련을 해야 한다. 주기마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제 밥숟갈 뜨는 법에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젓가락질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 오고 왼손으로 젓가락질하는 법도 배워둬야 한다. 손 안 대고 밥 먹는 법도 고려해야 한다. 그걸 할 수 없으면 개발자를 할 수 없다. 그 상황에 스트레스만 받고 즐기지 못하면 역시 개발자를 할 수 없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며 할 수는 있겠지만 개발자는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는 부정적인 스피커가 되거나 자기 비하에 빠져 자존감은 땅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엄청난 속도도 달려가는 IT 환경하에서 개발자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모든 언어와 기술을 습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정도만 갖춘다면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눈치력

현재 기술의 트렌드를 찾아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


판단력

새로운 기술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도움을 주는지, 비즈니스에 이득이 있는지, 빠른 시간에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 레퍼런스는 많은지, 도입을 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


습득력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입을 결정했다면 어떻게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고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


포용력

새롭게 도입한 기술도 갈아엎고 트렌드에 따라 다른 기술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


이런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는 개발팀은 아래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에 대응할 수 있고

2. 그게 곧 마케팅으로 이어져 새로운 사업의 기회나 기존 사업의 좋은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3. 그리고 이런 활동이 개발자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발자들은 불나방과 같아 새로운 빛이 나는 곳으로 몰려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중장비 기사가 되면 안 된다. 중장비 기사는 소수만 있어도 충분하다. 개발자들은 운전자가 되어야 한다. 내 차도 있지만 가끔 부모님 차를 운전해야 할 수도 있고 여행지를 가면 렌터카를 몰 수도 있다. 차가 연식이 오래되어 새 차를 사도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차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운전 방법도 조금씩 바뀌지만 그래도 운전은 할 수 있다. 개발자도 마찬가지, 개발이라는 방법에 익숙해졌다면 언어는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개발자에게 중요한 건 도구를 다룰 줄 아는 방법이지 도구가 아니다. 고로 언어에 집착하는 개발자가 아닌 다양한 언어를 다룰 줄 아는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




사례 1에 나온 선임급 개발자가 무시했던 웹 개발자는 이제 거의 전부를 다 한다. 웹 개발이 못하는 게 없는 시대이다. 오히려 본인이 하던 개발은 사양 추세이다. 사례 2의 사원은 결국 회사를 떠났다. 여기서도 실력이 그저 그랬는데 언어를 바꾼다고 달라질까? 인기 있는 언어는 레드오션이다. 잘하는 개발자도 많고 못하는 개발자는 더 많다. 그 친구는 후자에 속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사례 3의 문제는 언어가 아니다. 회사가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부족하고 테크 기업 이미지가 약하기 때문이지 특정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언어의 비중을 낮출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의 확장을 하는 게 개발자들을 유혹하기 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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