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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Oct 08. 2019

자주 쓰지만 고쳐야 할 직장 안에서의 외국어

한글날 맞이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대륙의 귀퉁이에 붙어 있는 한반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우리 언어와 글을 가지고 있는 자주 민족이 아닌가.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과 더불어 공휴일을 선사하신 세종대왕의 혜안에 직장인으로서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직장 안에서 자주 쓰지만 고쳐야 할 외국어에 대해 얘기해 본다. 


때로는 외국어가 업무에 강렬한 인상을 줄 수도 있고 효과적인 전달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별거 아닌 외국어 한마디가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혹자는 유식해 보이기 위해 영어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이 있다면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다. 또 외국어 많이 쓴다고 유식해 보이는 시대도 아니다. 표준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올바른 말을 쓰는 것이 후손들에게 좋은 언어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동이다. 아울러 하단에 기술한 단어들은 내가 먼저 고쳐야 할 목록임을 고백한다. 전부 바꿀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이라도 고쳐나가는 노력이 한글날을 휴일로 맞이한 직장인의 아름다운 자세이다. 




1. 와꾸

X : "디자인 와꾸 나왔어?"  "프로젝트 와꾸 나왔습니까?"  "와꾸먼저 잡고 가자."

'틀'이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직장 안에서 매우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전체적인 구조나 일정, 틀을 의미하기도 하고 세부적인 모양을 말할 때도 사용된다. '틀'이나 '일정' 또는 '모양' 정도로 상황에 맞게 바꾸면 된다.

O : "디자인 틀 나왔어?" 프로젝트 일정 나왔습니까?", "모양 먼저 잡고 가자."



2. 씨마이

X : "오늘은 씨마이 치자."  "회식은 여기서 씨마이 하겠습니다."  

'끝내다'라는 의미의 일본어인데 이 또한 상시로 사용된다. '시마이'는 약하다 느껴져 시를 쌍시옷으로 발음해야 진짜 끝나는 끝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O : "오늘은 끝내자."  "회식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3. 아삽

X : "아삽으로 처리해줘."  "언제 까지냐고? 아삽!"

'as soon as possible'이라는 영어의 앞글자만 따면 ASAP 라는 스펠링이 나오는데 이걸 '아삽'이라고 발음해서 말한다. '빨리' '빠르게' '신속하게'라고 얘기하면 될 걸 굳이 '아삽'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뜻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소린지 못 알아먹는 경우도 있는데 무식해 보일까 봐 물어보지도 못해 소통에 문제도 발생한다. 몰라서 무식한 게 아니라 잘못된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외국인들도 '에이에스에이피'라고 발음하지 '아삽'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불명확한 의미라 자주 쓰지도 않는 표현이라고 한다.

O : "빠르게 처리해줘."  "언제 까지냐고? 신속히!"



4. 포워딩

X : "메일 나한테 포워딩해줘."

메일과 관련한 얘기를 할 때 '포워딩' 해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보내달라고 해도 의미 전달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보내'가 '포워딩' 보다 글자 수가 적어 경제적이기도 하다.

O : "메일 나한테 보내줘."



5. 짱깨

X : "점심은 짱깨 가시죠."  "오늘은 짱깨가 당기네."

외국어는 아니지만 중국집과 중국 요리를 통틀어 짱깨라고 부른다. 짱깨에는 중국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 내포되어 있다. 중국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짱깨라고 부르는 표현은 좋지 않다. 거기다 내국에서 장사하는 중국집들이 비하당해야 할 이유도 없다. 꼭 고쳐야 할 표현이다.

O : "점심은 중국집 가시죠."  "오늘은 중국요리가 당기네."



6. 빠가

X : "부장 빠가 새끼..."  "팀장 빠가 새끼..."

'바보'라는 의미의 일본어이다. 욕하는데 굳이 내국어, 외국어 따질 필요는 없다. '부장 선오브비치'라고 하면 오히려 이색적이다. 그래도 좋은 우리 욕 놔두고 외국어 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우리 욕을 해야 의미 전달도 확실하다. 제일 중요한 건 회사에서 남 욕하지 말자.

O : "부장 바보 새끼..."   "팀장 X새끼..." 



7. 작일, 금일, 명일

X : "작일에 완료했습니다."  "금일까지 제출해 주세요."  "명일에 오픈합니다."

'작일'은 어제, '금일'은 오늘, '명일'은 내일을 말하는 한자어이다. 요즘을 잘 사용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나 사용하고 있다면 '어제', '오늘', '내일'로 바꿔 사용하면 된다. 괜히 썼다가 꼰대 같다는 소리 듣지 말자.

O : "어제 완료했습니다."  "오늘까지 제출해 주세요."  "내일 오픈합니다."



8. 이빠이

X : "술 한잔 이빠이 따라봐." "점심 이빠이 먹었더니 졸리다." "요청 사항 이빠이 많네."

'가득'이라는 뜻의 일본어인데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많이' 또는 '가득'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워낙 자주 사용해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의미 전달이 안될 것 같은 환각에도 빠지는 데 사용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

O : "술 한잔 가득 따라봐." "점심 많이 먹었더니 졸리다." "요청 사항 잔뜩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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