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과 주말 사이
평일에 치열한 눈치싸움과 자리 선정으로 앉아갈 수 있었다면 징검다리 연휴에는 빈자리가 많다. 아무 자리나 골라잡고 앉아올 수 있다. 일찍 일어난 피로를 지하철에 앉아 단잠으로 풀 수 있으니 하루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시작한다.
웨이팅만 30분이 넘는 식당도 이때는 다이렉트로 이용할 수 있다. 평소 먹기 힘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다.
출근 안 한 사람이 많아서 회사가 조용하다. 그리고 어제도 쉬었고 내일도 쉴 것이기 때문에 다들 일하는 척을 할 뿐이지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 같이 안 하는 게 보이고 다 같이 빨리 갈 생각만 하고 있으니 분위기가 여유롭다. 팀장이나 부장이라도 휴가를 썼다면 금상첨화.
나는 징검다리에 얍삽하게 연이어 쉬는 게으른 사람이 아닌 이런 날도 출근하는 근면한 직장인이라는 이미지를 상사에게 심어줄 수 있다. 분명 인사 고과에 반영될 것이다.
어제도 쉬었고 내일도 쉴 것이기 때문에 굳이 또 쉴 필요가 없다. 한정된 연차를 이런 날 쓰는 건 아깝다.
집에서 쉬었다면 애 보랴, 설거지하랴, 빨래하랴, 청소하랴 무척 바빴겠지만 회사에 나오면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항상 그렇지만 모든 장점을 단점 하나가 이겨버리는 이상한 마법의 징검다리 연휴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