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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Nov 01. 2019

개발자들의 천국, 2019 네이버 데뷰 관람기

VVIP의 등장

데뷰(Deview)는 네이버에서 개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이다. 2009년쯤 행사를 참관했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경쟁률이 세지 않았다. 신청하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정도였다. 그때 처음 관람하고 느낀 건 네이버는 필요하면 자기들이 만들어버린다는 거. 그래서 자기 자랑처럼 느껴지는 행사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모바일로 요구사항이나 응원 문구 같은걸 입력하면 대형 스크린에 보여줬는데 '돈 쓰고 욕먹는 행사'라는 멘트가 인상 깊었다. 그랬다. 장소 빌리고 사은품 나눠주고 점심 주고 돈은 엄청 썼을 것 같은데 딱히 또 오고 싶다거나 내실 있는 행사라는 느낌은 없었다.


10년쯤 지난 지금 데뷰의 권위는 많이 달라졌다. 개발자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행사가 되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지금은 참가 여부를 온라인 선착순 신청을 받는데 몇 초 만에 마감이 된다. 우리 회사에서도 딱 1~2초 차이로 나는 되고 아는 친구는 떨어졌다. 경쟁률이 엄청나다. 또 행사도 이틀간 진행한다. 그만큼 할 얘기가 많다는 뜻이다. 항상 새로운 기술에 목말라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젖과 꿀이 흐르는 행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밥을 안 준다는 점.




난 이틀을 모두 신청했고 둘 다 당첨됐다. 회사에서 가까운 코엑스에서 개최해 출근을 찍고 행사장에 걸어서 갔다.


개발자를 흥분시키는 그 이름, deview


이번에 데뷰에서 얼굴 인식을 통한 체크인을 선보였다. 사진을 등록해 두면 입장할 때 얼굴 인식으로 체크하는 것인데 시작부터 깜짝 놀랐다. 인식하는데 1초도 안 걸렸다. 정확도와 속도가 이 세상 물건이 아니다. 


얼굴 인식기가 있는 체크인 부스


체크인하면서 에코백을 하나 줬는데 안에는 얼굴 인식을 하면 주는 머그컵이 있었고 공통 물품으로 생수와 엠앤앰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사은품이 다소 아쉽지만 이거 받으러 온건 아니니까. 보통 목걸이 형태의 출입증을 주는데 이번에는 팔찌를 나눠준다. 목걸이는 걸리적거리고 불편한데 팔찌는 좋은 아이디어다.


데뷰 팔찌


기조연설을 들으러 입장하려는데 경찰이 많다. 그리고 물품에 대한 보안 검사를 한다. 검사대를 통과하니 경찰이 또 일일이 몸수색을 한다. 이거 인천공항 통과할 때보다 빡세다. 테러 경보라도 들어왔나? 오바인데.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지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입장하고 보니 기자들이 많다. 또 행사 진행 요원들도 많다. 그런데 다시 보니 행사 진행 요원이 아니다. 이어잭을 끼고 있고 왼쪽 가슴에 정부 표시 같은 배지를 달았다. 떡대와 눈빛이 행사 진행 요원 수준이 아니다. 경호원들이다. 과기부 장관쯤 오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장관 경호를 이 정도까지 하나? 


보안검사 중


노트에 끄적였던 합리적인 의심, VIP 오나?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VIP가 아니라 VVIP의 등장!!



솔직히 좀 놀랐다. 설마 이런 행사에 VVIP가 올 줄이야. 다들 놀랐다. 네이버가 이 정도였나 하는 생각도 들고. 대통령도 개발자 행사에는 취임 후 처음 온 것이라고 한다. 발표 내용은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AI에 집중하겠다는 얘기였는데 기억나는 건 없지만 이제 정말 AI의 시대가 왔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 데뷰 행사만 해도 AI 관련한 건 둘째 날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젠 AI 관련한 내용이 첫째 날에 몰려있다. 거기에 대통령까지 참석해서 AI에 투자하겠다는 얘기를 하니 개발자로서 뭔가 트렌드를 크게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VVIP는 발표를 마치고 떠났다.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첫째 날의 행사가 시작됐다. 첫째 날은 대부분 AI와 관련한 내용들이었다. 많은 내용이 오고 갔지만 PC의 시대에서 모바일의 시대로, 이젠 AI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모바일도 이젠 정점을 찍고 정체되어 있는데 네이버는 새로운 돌파구를 AI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개발자로서 AI는 언뜻 손이 안 간다. 수학적인 부분도 필요해 보이고 어디에 AI를 적용해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한마디로 아직 어렵다. 기업들도 여기저기 AI와 관련한 서비스를 적용하고 선보이고 있는데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서로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부러운 게 네이버는 어느 정도 AI를 활용할 수 있게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필요하면 가져다 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개발자들이 여기저기에 AI 인프라를 붙여볼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끝났다'라는 말도 많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네이버는 네이버다. 나 역시 아무리 네이버를 욕해도 하루에 최소 한 번은 네이버를 이용한다. 네이버가 쉽게 죽지는 않는다. 그들이 가진 자금, 매일 빨아들이는 데이터,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은 네이버가 다시 크게 치고 나갈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로서 뒤쳐진 느낌, 경각심을 가진채 첫째 날 행사가 끝났다. 오랜 시간 잘 모르는 얘기에 집중하고 있었더니 무척 피로하다. 무엇보다 행사장이 무척 더웠다. 환기도 잘 안된다. 공간이 제법 넒 었지만 다수의 인원이 발산하는 열기에 피로가 금방 찾아왔다. 에어컨 좀 틀어주지.




둘째 날도 회사에 출근을 찍고 행사장으로 갔다. 전날과 같은 보안 검색은 없다. 둘째 날의 주제는 모바일이나 웹 개발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이 나에게 딱 맞는 컨퍼런스다. 그런데 오후에 회사에서 일정이 있어 오전만 듣고 들어가야 했다. 하필 들어가야 하는 시간에 하는 발표 내용이 가장 듣고 싶었던 발표였다. 겨우 신청하고 왔겠만 그렇게 마무리하고 돌아와야 했다. 


둘째 날도 사람 많다


느낀 게 많다. AI의 시대가 왔다는 것, 트렌드에 민감한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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