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끝나버린 여름휴가의 아쉬움
2019년 8월 15일 광복절은 목요일이었다. 다음날 금요일 하루만 출근하면 되는 또는 하루만 쉬면 연이어 쉴 수 있는 징검다리 연휴다. 모처럼만에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썼다. 실로 몇 년 만이다. 징검다리 연휴에 휴가를 쓰려면 약간 눈치를 봐야 하고 다른 사람이 먼저 쓸 수 있어서 경쟁도 해야 한다. 만약 안 쉬면 출근 후 제법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기에 출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름휴가를 아이의 방학 때문에 7월 중순쯤 일찍 썼다. 그랬더니 마음도 공허하고 남들 휴가 가는걸 보니 부럽기도 해서 오랜만에 쉬었다.
휴가라고 해 봐야 별 거 없다. 아이 보고 집안일하고 대부분의 스케줄은 아이의 컨디션과 기호에 따라 바뀐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외식도 해야 하고 뭣도 사야 하고 돈도 많이 든다. 그리고 길게 연이어 쉬다 보면 휴가의 하루하루가 소중한 줄 모르고 덧없이 지나간다. 길게 쉬면 회사로 복귀하는 것도 힘들다. 업무는 밀려있고 회사 메신저의 메시지가 잔뜩 쌓여있는 걸 보면 스트레스다. 최소 반나절은 적응이 안된다. 난 그래서 짧게 쉬는 게 좋다. 짧게 자주 쉬는 게 좋다. 여행도 좋아하지 않아서 길게 쉴 필요가 없다.
8월도 중순을 넘어섰다. 여름휴가의 막바지다. 요즘은 성수기와 극악의 날씨를 피하기 위해 9월이나 6월에도 여름휴가를 많이 간다. 해외도 많이 가니 여름휴가의 의미가 희박하기도 하다. 그래도 여름휴가는 직장인에게 눈치 안 보고 길게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은퇴할 때쯤에는 직장인들도 눈치 안 보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내 휴가 내가 쓰겠다는데 눈치를 봐가며 쉬어야 한다는 건 슬프다.
여름휴가는 끝났지만 우리에겐 아직 추석이 있다. 10월에는 개천절과 한글날이 버티고 있다. 휴가를 기다리며 열심히 회사를 다니는 모습. 그거면 좋은 직장인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