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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Mar 24. 2020

25년 차 빵집의 폐업

당신의 시간에 박수를

회사가 있는 이곳 대치동은 재개발이 한창이다. 가정집들은 거의 다 떠났고 상인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던 상가들이 없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이 동네에서 아주 오래된 빵집이 하나 있다. 여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했는데 지나가다 보니 이런 게 붙어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때문에 오랜만에 회사에 나왔더니 그 사이에 폐업을 하셨나 보다. 



프린터로 출력한 글이지만 글 속에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다. 글을 보는 내 마음도 같이 헛헛해졌다. 25년이라니, 감히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시간이다. 남자라면 이미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할 시간이고 여자라면 4년제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했을 시기이다. 25년은 한 인간이 의무를 다하고 어엿한 성인이 되는 시간이다. 아직 내 업종에서 20년을 채우려면 까마득한데 같은 자리에서 25년을 지켜온 것이다. 


이 집 빵을 몇 번 사 먹기는 했지만 같이 보낸 세월에 비해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다. 매장 안에 먹을 공간이 없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혼자 사다 먹기도 애매해서였다. 오랜 세월을 증명하듯 인테리어가 세련되지도 않은 집이다. 그래도 묵직한 빵맛은 좋았다. 땅값 비싼 이곳 대치동에서 아무런 공력 없이 25년을 버틸 수는 없다. 그만한 맛과 실력과 단골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그 시간이 가능했을 것이다. 


25년 후면 50살이 넘는다. 임원은 되어야 회사를 다닐 수 있다. 내 사업을 하고 있으려나? 모든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았지만 성격상 사업은 어울리지 않는다. 개발자라는 기술자로 50살 넘게 일할 수 있을까? 어느 분야 못지않게 변동도 심하고 젊은이들이 우세한 게 이 바닥인데 과연 버틸 수 있을까? 빵집이 버텨온 25년이란 시간이 더 커 보인다. 


소망이 있다면 회사를 떠날 때쯤 쫓기듯 떠나는 게 아니라 빵집처럼 작은 작별인사라도 하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 소망조차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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