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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Apr 16. 2020

직장 동료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나쁜 감정 줄이기

점심시간. 누구는 휴가를 쓰고 누구는 외근을 가고. 어쩌다 보니 점심 멤버가 안 친한 사람들로 꾸려졌다. '그냥 혼자 먹고 싶은데...'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같이 가게 되었다. 얼마나 안 친한 사람들인가 하면 일주일에 한마디 정도 대화를 나눴다면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눈 거라고 평가할 정도. 그들과 싸운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서로 감정이 상하고 그러다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안 좋은 감정이 커지고 그래서 더더욱 서로 꼴 보기 싫어하는 상태가 돼 버렸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새로 생긴 빌딩의 지하 식당가로 발길을 향했다. 아무 말 없이 가기는 좀 그래서 시답잖은 주제로 말도 걸어보고 어거지 근황 토크도 하면서 이동했다. 지하 식당가에 도착하니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코로나 감염자라도 있으면 집단으로 감염되기 딱 좋은 장소다. 하지만 어색한 사람들과 어색한 순간을 가려줄 아주 좋은 환경이다. 각자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밥이 나오길 기다린다. 뭐 시켰냐고 물어도 보고 그건 비싸다 안 비싸다 가격 품평도 하고 나는 뭘 시켰는데 기대가 된다 안된다 얘기도 하고 어색한 와중에도 어렵사리 대화를 지속해본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 사람들과 멀어졌지? 분명 내 마음에 안 드는 이유를 저들이 제공했지만 나도 같은 이유를 그들에게 제공했을 것이다. 그들도 문제가 있었지만 나도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나 역시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거나 멀어지게 하는 원인을 만들었을 것이다. 부부도 살다 보면 많은 트러블이 생기고 감정의 골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이혼까지 가지 않나. 직장 동료들은 부부보다 연결 고리는 약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훨씬 큰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존재다. 몇 년씩 같이 일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트러블이 발생하고 악감정이 생기게 된다. 니가 잘못했는지 내가 잘못했는지 잘잘못을 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 세상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회사 생활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라는 생각이 밥 나오기 전까지의 짧은 순간에 머릿속을 스쳐갔다. 직장 생활을 해보니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30~40프로이고 60~70프로는 인간관계 때문에 생긴다. 그만큼 어려운 게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다. 그들과 문제가 생긴 건 너무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이성은 이해했는데 마음은 또 그게 싫다고 난리다. 깊었던 감정의 골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 만무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는데 하기는 싫다. 곁눈질로 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을 쳐다봤다. 평범한 얼굴, 보통 사람이다. 나랑 똑같은 사람이다. 악하지 않고 성실하게 회사 다니는, 가정에서는 소중한 존재이고, 회사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좋은 이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착한 사람이다. 저 사람을 그렇게 미워했던 시간들이 무척이나 허탈하게 느껴진다. 내가 뭐라고...


180도 바뀌는 건 어렵지만 미워하는 감정만이라도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를 미워한다는 게 엄청난 일이다.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유지해야 하고 이래저래 나에게 크나큰 손해를 끼치는 일이다. 미워하지 말자. 회사에서 감정 상하게 하는 일들, 언제고 또 생길 것이다. 그때마다 상대를 미워하고 나쁜 감정을 품으면 내 직장 생활은 끝없이 마이너스다. 


밥을 다 먹고 회사 입구에 도착했다. 말 안 걸어도 되는데 먹은 게 어땠는지 굳이 또 물어봤다.  자연스레 대화가 좀 더 이어졌다. 나쁜 감정은 조금만 덜어냈는데 한 달에 걸쳐 나눌 대화를 오늘 다 했다. 괜찮다. 괜찮은 느낌이다. 사람 너무 미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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