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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Feb 19. 2021

사무실엔 맥심이 없다

맥심이 사라져 가는 7가지 이유

오랜만에 옛 팀장님이 사무실에 놀러 왔다. 인간적으로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젠 뭐 옛날 얘기고 웃으며 맞을 수는 있다. 손님이 왔으니 뭐라도 대접을 하려고 탕비실에 갔다. 뭘 대접해야 하나 찾아보고 있는데 정확한 메뉴를 요구하신다.


"맥심 있나?"


맥심. 스틱 커피계 부동의 원탑 노란 봉지 맥심. 종이컵에 내용물을 쏟아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봉지로 휘휘 저어가며 먹어야 제맛인 그 맥심 말이다. 그런데 당황하고 말았다. 탕비실에는 맥심이 없었다. 직장인 필수재였던 맥심이 왜 없을까? 이제 누구도 맥심을 찾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 것이다. 나 역시 맥심을 마지막으로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우리 사무실이 메인 사무실에서 벗어나 있는 서브  무실이라 메인 사무실 탕비실에 가면 맥심이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맥심을 가져다 먹지 않는 것이다. 직장인 커피의 국룰과도 같았던 맥심은 어째서 이런 처지가 되었는가?  




1.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맥심 봉지 안에는 커피뿐만 아니라 설탕과 프림이 가득하다.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얘기는 많지만 이런 믹스 형태의 커피는 예외다. 건강,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현대인들에게 맥심은 매력이 없다. 



2. 싼 커피숍들이 많아져서

커피숍들이 난립하면서 땅값 비싼 이곳 대치동에도 2000원 정도면 제대로 된 커피들을 맛볼 수 있다. 싼값에 괜찮은 커피를 먹다 보면 입맛은 자연스럽게 고급스러워진다. 그러고 나면 맥심에는 손이 잘 안 간다. 



3. 편의점 커피가 다양해져서

해외여행을 가서 편의점 커피를 사 먹으려고 하면 우리나라처럼 인스턴트 커피가 다양하지 않아서 당황하게 된다. 몇 종류 없다. 대한민국 편의점의 커피 매대를 생각해보라. K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화려하고 현란하다. 라떼, 아메리카노, 스윗 아메리카노, 버터 커피 등등. 거기다 여름에는 냉, 겨울에는 온 둘 다 가능하다. 1+1, 2+1 같은 행사도 자주 해서 팀원이 많을 때는 이런 거 쏘면서 돈도 아끼고 생색 내기도 좋다. 편의점의 다양한 인스턴트 커피도 맥심의 자리를 잠식해 가고 있다.



4. 흡연자가 줄어서

군대에 있을 때 흡연자들이 항상 믹스커피를 타 먹으며 담배를 피는 이유가 궁금했다. 담배를 통해 입에서 무슨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것일까? 비흡연자인 나는 이유가 궁금해 동기에게 물어봤다. 

동기 왈 '담배 피며 입바람을 후후 불면 입이 말라서 같이 먹는 거지' 

너무도 단순한 이유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흡연자들에게 담배와 맥심으로 대표되는 믹스커피는 필수 조합인가보다. 그 조합이면 입에서 똥내 작살나는데 그랬건 어쨌건 흡연자들은 담배+커피를 함께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흡연자는 점점 줄고 있는 추세다. 신입 사원들도 흡연자는 찾기 힘들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줄어드니 맥심을 찾는 사람도 줄어드는 게 아닐까? 



5. 젊은 친구들의 소비 성향이 달라서

젊은 사원들이 커피 한잔 사 마시는 일에 돈을 아끼지 않는 걸 보면서 세대에 따라 소비 성향도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겐 커피가 일상적인 소비재인 것이다. 커피숍 커피에 익숙한 젊은 직장인들이 맥심 커피에 만족할리 없다. 



6. 커피숍이 복합공간으로 변하고 있어서

커피숍에서 일도 하고 회의도 하고 쉬기도 하고 이젠 하나의 복합 공간처럼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커피 한잔이면 새로운 공간에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으니 사무실에서 맥심 커피 마시는 일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7. 커피 머신이 대중화돼서

예전엔 직장 내 커피머신이 대단한 복지 인적도 있었는데 사무실의 커피머신도 많이 대중화됐다. 머신 자체의 가격도 싸지고 직장인들의 기호도 바뀌면서 커피머신 자체가 탕비실의 필수재가 되어가고 있다. 커피머신이 차지한 자리로 인해 맥심의 자리는 더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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