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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Mar 31. 2021

개발자 초봉이 6천만 원이라고?

개발자가 바라보는 IT세상

1. 개발자 초봉이 6천만 원?

요즘 자주 등장하는 뉴스가 개발자 연봉과 관련한 것이다. 동종 업계에 있어 더 관심 가는 거겠지만 근래에 지상파 뉴스에도 심심치 않게 개발자 연봉 얘기가 나온다. '초봉이 6천만 원', '개발자 연봉을 일괄적으로 몇 천씩 인상', '신입 사원에게도 스톡옵션 1억 지급' 등등 놀랍고 자극적인 얘기들이 경쟁적으로 넘쳐난다.



2. 현직 개발자의 솔직한 심정

기쁨과 슬픔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이제야 인정받고 대우받는다는 점에서 기쁘지만 한편으로 먼 나라 이웃나라 얘기라 슬프다. 양극화가 시대의 화두인데 개발자 연봉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덧붙여 고연봉 이슈 때문에 내가 속한 중소기업에서는 개발자 뽑기 힘들어지겠단 생각이 드니 기쁨보다는 슬픔이 훤씬 크다.    



3. 불과 얼마 전까지 개발자는 대표적인 3D 업종

SI로 대표되는 IT 개발자가 기피 업종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일은 많고 야근은 필수에 주말은 반납하고 연봉마저 낮은데 성장도 없는 그런 업종으로 인식되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정말 얼마 전까지의 얘기다. 40 넘어서까지 개발자로 일하기 어렵다는, 회사에서 그 나이까지 개발자를 시켜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고 개발자의 미래는 '치킨집 오픈'이라는 공식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십여 년 전, IT 업계를 비판하는 네티즌의 글이 큰 공감을 끌었는데 제목이 '영재들아, IT로 오지 마라'였다. IT 개발자에 대한 인식이 그랬다.

다른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데 바로 국비지원 개발자 양성이다. 거의 무료로 일반인들에게 개발자 단기 교육을 시켜 시장에 내보내는 시스템은 질 낮은(?) 개발자를 양산해서 IT 산업을 획일화하는데 일조했고 또 개발자들 연봉을 높여줄 수 없는 이유를 만들기도 했다. 국비지원 교육을 받은 개발자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화날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국비지원으로 개발을 시작했는지라 현실을 잘 안다. 4년제 컴퓨터 공학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과 몇 개월 단기 교육을 받은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4. 네카라쿠배당토

뉴스에 이런 제목이 있길래 뭔 소린가 했더니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 마켓, 토스의 앞글자만 딴 것이더라. 일단 이곳들은 개발자들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이 IT를 SI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만들어 냈고 또 개발자 연봉 이슈에 불을 지핀 회사들이기도 하다. 그들이 세상을 언제가 됐건 바꿔놨겠지만 코로나 덕택에 그 세상이 더 빨리 왔고 거기에 맞춰 연봉협상 시즌이 되니 개발자 연봉 얘기가 터져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5. 개발자가 없어요?

개발자가 없다는 얘기도 많이 들리는데 여기서 말하는 개발자가 없다는 얘기는 '잘' 하는 개발자가 없다는 얘기다. 양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맞지만 질 좋은 개발자가 없다는 얘기가 더 정확하다. 네카라쿠배당토 같은 회사들은 절대 아무나 뽑지 않기에 개발자가 없는 것이다. 질 좋은 개발자가 부족하니 네카라쿠배당토끼리 서로서로 잘하는 개발자들 빼오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잘하는 개발자들 빼오려면 연봉 올려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이번 연봉 이슈는 다른 회사의 잘하는 개발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6. 고연봉은 일부의 얘기

고연봉 이슈는 정말 일부 회사의 얘기이다. 매출이 천억에서 조 단위의 IT 공룡들, 투자를 몇백에서 몇천억씩 받는 유니콘 스타트업들 얘기다. 아무나 이렇게 줄 수 없고 아마 대부분 이렇게 줄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일부의 얘기일 뿐이다. 아오, 이놈의 양극화.



7. 내가 바라본 상위권 개발자들

상위권 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개발을 잘한다. 새로운 기술에 민감하고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미루지 않고 바로 한다. 항상 보면 공부를 하고 있거나 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수학적인 베이스가 좋고 영어도 잘한다. 거기다 글도 잘 쓴다. 그들을 바라보고 나를 돌아보면 왜 그들이 좋은 회사 다니고 높은 연봉을 받는지 이해가 된다. 어떤 분야건 상위권 인재들은 돈을 많이 번다. 좋은 개발자가 높은 연봉을 받는 건 너무 당연한 거고 이런 게 이슈가 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8. 상위권에 속하지 못한 개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상위권에 고연봉을 받는 개발자들을 부러워는 하자. 하지만 시기와 질투는 하지 말자. 그들은 그럴만한 자격을 갖췄고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오히려 그들이 높여놓은 눈높이에 감사하자. 개발자 연봉의 파이가 커지면 다른 이들에게도 떡고물이 떨어지지 않을까? 연봉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 회사 사장님 들일 것이다.

남 돈 잘 버는걸 배 아파 하기 시작하면 나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다. 그냥 내 몸만 아플 뿐이다. 결코 그들의 위치에 도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매일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그들보다는 못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날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러워는 하되 배 아파는 하지 말고 조금씩 나아지도록 노력하자. 이런 양극화 시대에서는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9. 혹시 고연봉 이슈에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개발자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인공지능, 메타버스, 자율주행, 언택트, 테크핀 등등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개발자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것도 한때일 것이다. 이런 흐름이 십 년은 갈 수 있을까? 

개발자의 위치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중 하나는 인공지능이다. 벌써 인공지능이 코딩을 하는 시대가 왔다. 원하는 걸 얘기하면 코딩을 해주는 GPT3라는 녀석이 작년에 나왔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대부분 인공지능이 코딩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최상위권 개발자들만 남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인공지능보다 몸 값이 월등히 싸야 고용될 것이다. 

고연봉 때문에 개발자를 꿈꾼다면 그 또한 말리고 싶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고연봉은 극히, 아주 극히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작은 연봉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개발자가 사무직이기는 하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고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접근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을 갖고 달려들고 뭔가 안되면 왜 안되지? 하고 호기심을 갖고 매달려 있을 수 있는 사람이 개발도 잘하고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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