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上
“1년이라는 시간을 주겠습니다. 이 시간 동안 여러분들이 추종할 여신을 선택하세요.”
세상이 멸망하고 난 이후, 정확하게는 멸망에 버금가는 사건이 터진 이후 우리는 한 때 선망했지만 이제는 완전한 공포의 존재로 변질된 여신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살인, 강간, 폭행, 갈취, 도난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있다면 어떻게든 색출해 내 최악의 형벌을 내릴 것입니다. 1년입니다. 1년 뒤에 당신들의 운명의 향방이 결정될 것입니다.”
여신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세상에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날의 사건을 잊지 못한다. 불과 1년 전 그날. 이 세상은 여신으로 태어난 4명의 여자에 의해서 완전히 망할 뻔했다.
-1년 전.-
“이번에 4인의 여신에 뽑히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나노테크 패브릭의 첫 모델인데 감개무량이죠.”
나노테크 패브릭. 수천 년을 앞서게 될 것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지금까지의 혁신이라는 단어를 우습게 만들 정도로 차이가 극명한 기술이었다.
“나노 패브릭이 뭔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그냥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는 작은 쌀알크기의 섬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게 이 쌀알 만 한 섬유조직으로 대체가 될 겁니다.”
“이 작은 쌀알 같은 게 나노 패브릭이라는 섬유조직인 거죠?”
“네. 맞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옷을 사지 않고도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고,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하늘을 날 수 있으며, 병원에 가지 않고도 몸의 이상을 확인해 그때, 그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걸 이 나노패브릭이 다 해준다는 거죠?”
“그럼요.”
나노패브릭의 기술 전반이 세상에 공표되는 순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자금이 한 곳으로 쏠리는 병목현상까지 일어났다. 좁쌀만 한 섬유조직을 부여받게 되면 섬유조직은 온몸으로 퍼져 피부에 안착했다. 너무도 가벼워서 입은 줄도 모를 것 같은 그런 착용감을 가져다주었고, 안구 위에도 나노섬유가 배치되어 세상의 모든 디지털 서비스를 안구로 처리할 수 있었다.
“정말 신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의식주에서 의만 대체되었을 뿐. 식과 주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영역이기에 아직 나아가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통칭 김교수로 불리는 박사가 TV에 나와 아주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데이비드 킴은 어릴 때부터 천재로 유명한 남자였다. 고아원에 버려져 있던 남자는 당시의 수재들도 감히 따라오지 못하는 두뇌를 가지고 있었고 그 재능은 삽시간에 세계의 무대를 향하게 되었다.
“데이비드 킴 교수가 이번에도...”
그의 연구는 마이더스의 손이라 불렸고 혁신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냈다.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세상에 나온 기술은 신의 영역에 도달하는 기술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 있게 말한 그 마지막 발명품이 바로 나노 패브릭이었다. 임상까지 끝났다는 그의 나노 패브릭을 대중들 앞에 내놓을 때 수많은 사업가들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쇼를 만들어 사람들의 눈을 속이게 만들려는 그들이었다.
“이번 시연회가 정말 세계 최고의 쇼가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나노 패브릭의 첫 모델은 누구인가요? 교수님?”
“뭐... 제가 그런 것까지는 총괄하지 않는데 이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4분의 여성들이 이 나노패브릭의 첫 시연자이자 모델이 될 것이라고요. 4명의 여신을 뽑는 게 목표라고 들었습니다.”
“그럼 그 가장 아름다운 4명의 여성을 뽑는 기준이 뭐가 될까요?”
“뭐... 당연히 숫자 아닐까요? 숫자만큼 증명이 편한 기준은 없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쇼에 참여했겠습니까? 모든 게 다 숫자 때문입니다.”
조회수였다. 모든 플랫폼을 다 합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차지한 여성 4명. 그들이 이 나노패브릭의 첫 번째 시연자이자 공식적인 초대 모델이 되는 것이었다. 세계에 있는 모든 여자들이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나노패브릭 #나노섬유 #여신 #4명의 여신 #1조의 여신
전 인류의 반이 도전한 싸움이었다. 지금껏 그렇게 치열한 쟁탈전은 없었다. 50억 명의 여자 중 단 4명. 그 4명이 차지하게 되는 상금은 자그마치 총 1조 원이었다. 1등은 총상금의 절반을 가져갔고, 2등은 삼천악, 3등은 천오백억, 4등은 5백억. 엄청난 금액의 돈도 돈이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라는 호청을 얻기 위해 수많은 미인들이 조회수 전쟁에 참여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 숫자는 단순히 미의 기준을 넘어서 정치, 문화, 인종의 요소까지 들어가 경쟁하게 되었다.
멸망의 여신들 _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