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카메라 뒤에서... 下
「 충격! 인기가수 배아희. 집 안에서 독극물로 자살한 채 발견! 」
「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의 도를 넘은 경쟁구조에 대한 비판! 」
「 누가 이 어린아이들을 무한경쟁의 지옥으로 끌어들였나? 」
“아니. 이 사람아.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이런 기사들이 나와?”
“국장님. 억울합니다. 저희가 왜 이런 이야기에 연루가 돼야 합니까?”
“하아... 준석아. 나라고 네가 어떤 입장인지 모르겠냐? 그런데... 지금 이거 봐봐...”
“아니. 그러니까...”
억울해서 미치고 팔딱 뛸 지경이었다. 평상시 아희가 무너지길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던 건 업계의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녀가 받은 그 수많은 악플들은 어찌 보면 그녀가 받은 대중의 관심에 대한 반작용과 비슷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의 죽음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 평소정상인 : 무대에서 배제당한 순간부터 아마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알고 있었을 듯... 부디 그곳에서는 평온하길... 」
「 djjssep : 도대체 왜 PD가 가수의 앞길을 재단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감... 이래서 기득권들이란... 」
「 소주먹고기절 : 진짜 많이 응원했었는데 ㅠㅜ 」
「 jellyfish5541 : 그대 덕분에 항상 웃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부디 그대를 이렇게 만든 사악한 자들은 꼭 그 처벌을 달게 받길... 」
그녀의 죽음에 대한 여론은 엉뚱한 곳으로 그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불꽃이 엄한 곳에 번져나갔다.
“아니... 진심이세요?”
“위에서 그렇게 결정 내리기로 했다.”
“하아... 진짜 시발.”
“야. 방준석! 너 인마 선은 지켜! 그래야 내가 널 조금이라도 보호해 주지!”
“뭐? 보호? 지금 날 보호한다고? 시발. 윗대가리한테 그렇게 빌빌거리면서 뭐 조금만 잘 못하면 밑에 새끼들 꼬리 자르기 바쁜 새끼가 의리 있는 척은...”
“이 새끼가 진짜...”
-쾅!-
끓어오르는 분노에 그 자리에서 국장이 앉아있는 책상을 발로 후려쳤다. 이건 단순한 꼬리 자르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도 내가 사내 정치의 흐름을 대충은 알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뒤를 생각하지 않고 내지른 분노에 그는 더 이상 반응하지 못했다.
“2030년이 아무리 세대가 많이 변했다고 해도 시발 이건 아니지. 평생 그렇게 윗대가리들 똥꼬나 빨고 사쇼. 정성스럽게.”
일 하다 보면 더러운 꼴 보는 건 부지기수고 먹고살려면 맛보기 싫은 것도 삼키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 타이밍이 너무나 옹졸하고 치졸했다.
“PD님. 진짜로 이렇게 가시게요?”
“그럼 뭐 어떻게? 위에서 까라는 대로 까야지.”
“그럼 저희는요?”
“하아... 희정아. 안 보여? 나 지금 회사 때려치운 거?”
“그러니깐요. 왜 때려치워요? 3개월 감봉이라면서요. 심지어 그냥 휴직했다가 돌아오셔도 되는 건데 왜 그냥 일을 그만둬요?”
“내가 쌓아놓은 밥그릇 고스란히 저 새끼들한테 넘기게 생겼는데 내가 그 꼴을 봐야겠어?”
“그래도... PD님 다시 한번만 생각해 보세요. 저희 다 PD님 기다리고...”
“희정아. 이제 네 밥값은 네가 해라. 내가 언제까지 너 보듬어줘야 하니?”
마지막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었다. 사실, 그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가장 나를 많이 도와주고 지지해 줬던 희정이에게 그런 말을 하는 와중에도 그 말을 다시 주워 담고 싶었다. 그러나, 주워 담을 수 없는 그 말을 그녀에게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희정이는 정말 끝까지 기다렸을 테니 말이다.
“PD님...”
“다른 건 몰라도 저 놈들이 그 여신 프로젝트 가져가는 건 못 보겠다.”
장장 3년을 매달린 프로젝트였다. 언제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올 줄 모르며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프로젝트였다.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렸던 순간의 목전에서 나는 나도 모르는 자식들이 두들기는 익명의 돌팔매질에 위태위태하게 중심을 잡던 동아줄에서 그렇게 낙하하고 말았다.
멸망의 여신들 _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