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아마 우리 얘기... 아니 당신들 이야기 일수도...

by 심색필 SSF

MZ와 꼰대. 신세대와 구세대. 패기와 관록. 영원이라는 시간선상에서 이 세상에 영원을 약속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현재의 인류를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인간이라 지칭할 수 있는 역사는 현생 인류로 지칭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시대까지 기껏해야 30만 년. 공룡이 이 지구 위에 존재했던 1억 6천만 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과 문명들이 바통터치를 하며 지금의 세상까지 도달했다.


세대교체. 말 그대로 기존의 세력이 떠나가고 새로운 세력이 들어올 때 칭하는 단어. 기존에 있던 세대들도 누군가의 황금기를 밀어내고 새로운 세대로 등극을 했을 것이고, 또 새로운 세대에 의해서 그 황금기를 내어주게 될 것이다.


131150_172050_2011.jpg

[ E-sports LOL 선수 'Faker' ]


“우리는 페이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롤이라는 게임을 하지는 않지만 롤이라는 게임을 즐겨본다. 게임은 몰라도 페이커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E-sports 씬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이다. 지금까지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고, 앞으로도 이 선수를 넘어설 선수가 있을까 싶지만 언젠가 또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 그가 세운 업적을 뛰어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앙까라 메시.”


축구를 좋아하는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밈이다. 중앙선부터 홀로 수많은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을 넣는 메시의 장면은 수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전 세계는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며 환호했고 메시의 등장은 90~2000년대를 주름잡던 스타들과 완벽하게 세대를 교체했다. 마치 축구계의 신인류가 등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전 세대의 라인업이 워낙 화려했기에 그의 등장은 더욱이 빛날 수밖에 없었다.


호나우두, 지단, 베컴, 피구, 앙리, 네드베드, 세브첸코... 등등.


2002년에 축구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혹 그 이후에 축구를 봤던 사람들이라도 이름쯤은 한 번 들어봤을 만한 거성들의 앞에 메시라는 작은 거인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에 차고 넘치는 그런 선수였다.


naver_com_20150613_143152.jpg

[ 효도로 vs 베우둠 _ 효도르의 상징적인 패배 경기 ]


“효도르가 이렇게 무너집니다.”


세대가 뒤바뀌는 수많은 스포츠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스포츠인 격투기가 가장 잔인한 세대교체를 겪는 장르가 아닐까 싶다. 일본의 격투단체 프라이드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체였을 당시. 효도르라는 사람은 60억 분의 1이라는 칭호를 들으며 챔피언의 자리에 군림했다. 헤비급치고는 상대적으로 작은 키와 덩치. 그러나, 그에 맞지 않는 엄청난 속도와 파괴적인 그래플링 실력. 한번 쓰러진 상대에게 무차별적으로 내리꽂는 파운딩까지. 당시 수많은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낸 강자 중의 강자였다. 그러나, 그렇게 강건했던 효도르도 맥없이 무너지고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UFC라는 단체로 끌어오려고 했던 사장 ‘데이나 화이트’도 상품성이 떨어진 그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았고 이내 격투계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너 맥그리거와 존존스, 앤더스 실바 등등. 그리고, 그들 모두 세대교체를 직접 이루어낸 장본인이자 세대교체를 당한 장본인이 되었다. 물론, 아직 신화가 깨지지 않은... 뭐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런 선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 요즘 영화는 낭만이 없어. 진짜 이전에 봤던 영화가 더 재밌는 것 같아.”

“솔직히 영화관 이제 누가 가냐? 집에서 OTT 보지.”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세대교체는 아마 영화관에서 TV나 핸드폰으로 넘어가는 이 OTT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물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그런 감성들이 있다. 웅장한 사운드와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 화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 특유의 몰입감.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성이 있지만 이제는 본질적으로 영화관에서 보는 콘텐츠가 OTT에 밀리는 듯 한 느낌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맛이 있어야지. 음식점에 맛이 떨어지면 결국 쇠퇴하는 거야.”


50년 전통 국밥집. 3대째 운영하는 국수집. 그들이 그토록 오래도록 한 자리에서 음식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맛이 변하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맛있는 맛을 잘 유지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은 의례적인 코스 중에 하나였다. 당시 영화관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항상 우리를 기다리게 만드는 대작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마블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 해외의 수많은 명작 시리즈가 개봉하는 날에는 정말 영화관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영화관이 매진이었고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2372194_202112231755082290.jpg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


‘오징어 게임. 4중 연속 시청률 1위. 전 세계 94개국 1위. 출시 한 달 만에 16억 시간 돌파.’


넷플릭스라는 OTT가 세상에 들어오고 이제 세상의 이야기들은 영화관을 밝히는 빛이 아니라 집안의 가전기기들을 밝히는 이야기들로 도배가 되었다. 물론, 영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굳이 영화관을 가지 않고 TV와 핸드폰으로 그 옵션을 돌린 것이다.


“그래도 확실히 그때가 재밌기는 했는데... 요즘은 그때의 낭만이 없어.”

“그러니까 요즘 것들이 그 맛을 알겠냐?”


우습게도 피라미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벽화에 적혀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세대교체는 기본적으로 세대갈등을 야기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정점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어떻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수많은 선인들이 물러나야 할 때가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점에서 이 세상을 내려다볼수록 계속 정상을 차지하고 싶다는 욕심은 쉽게 떨어져 나갈 것 같지 않다.


“다음번 올림픽도 잘해서 금메달을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도 수상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1위의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더 고군분투하겠습니다.”


세상에 정점에 한 번 도달해 본 사람들이 시상식이나 공식석상에서 많이들 하는 말이다. 다음에도.. 여전히... still... 아마,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목표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와 달리 누군가를 계속 이겨내려고 상대를 밀어내는 것은 우리 인간의 기본 성질이 아닐까 싶다.


_On a small stadium, two muscular men are pushing each other to form the shape of the Chinese charac 27-04-2025 at 05-19-13.jpeg


사람인. 人


사람과 사람이 기대어서 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보고 만들어진 글자라고 한다. 그러나 얼핏 보며 성난 소들이 서로를 향해 들이받듯 인간들이 서로를 밀어내려고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형상화하며 저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밀리지 않기 위해 단단한 두 하체로 서로를 밀어내고 밀어내다 결국 상체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그 모습. 아마, 인간은 경쟁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싶다.


‘꼰대 vs MZ. 세대 간의 격차로 인해 조직문화 개편 확대.’

‘연금개혁. 2030과 6070의 세대 갈등 가속화.’


아마, 우리가 사회에서 보는 이 수많은 것들이 그런 세대교체 속에서 일어나는 손싸움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당연한 이야기. 어떤 사유에서도 무조건 적으로 인간은 각자가 소속된 수많은 군집에서 생존을 이어나가기 위해 다른 집단을 밀어내는 것. 관용과 포용도 좋은 말이지만 어떻게 보면 서로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싸움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면 계속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뭐... 그런데 우리도 알잖아. 개가 호랑이 앞에서 짖는 거 봤냐? 이길만하니까 이빨 드러내지. 맞서서 뒤질 것 같으면 그러지도 못해.”


불만이 있으면 강해지면 그만인 게 이 세상의 논리인 것 같다. 수천 년 동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인 피라미드를 지어 놓고 그 위에서 군림하던 파라오도 결국에는 무너졌다. 세상에 정점의 자리를 영원히 지키는 존재는 손에 꼽기에 굳이 지금의 상황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힘없는 자가 외치는 평화만큼 공허한 것이 없기에 힘을 키우는 것이 항상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너졌다면, 힘이 빠졌다면 다시 처음부터 착실하게... 그게 그나마 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네 이놈! 그래서 나중에 힘이 생기면 고려장 한다는 얘기야?”

624792_977357_1458.jpg

[ 영화 '승부' ]


뭐... 그런 뜻은 아닌데... 그렇게 들리실 수는 있겠네요. 그런데 세대가 교체되다고 해서 다 낙담하고 무너지지는 않더라고요. 오랜만에 교체된 세대의 전유물인 영화관에서 영화 ‘승부’를 보고 왔는데 만약 자신이 교체된 세대의 주인공이라고 느껴진다면 꼭 보고 오시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팔자 좋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