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의해 모든 관계가 맺어진다.
굳은 관계, 위태로운 관계, 굳어보이지만 사실은 위태로운 관계, 관계라고 하기엔 애매한 관계, 널리 알릴 관계, 알리고 싶은 관계, 숨겨야 하는 관계, 사라질 것을 아는 관계, 관계였던 관계, 더욱 확고해지고 싶은 관계, 그 밖의 어떤 것인지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는 관계.
오고가는 말들 속에 관계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난 지나치게 말에 집착하는 걸 알고 있다.
내가 던질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근데 들리는 말이 무엇인지,
말을 하고는 싶은지, 듣기조차 싫은지.
말을 토대로 나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준 말에 상대가 어떤 말을 들려주는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나의 예상대로라면 난 바른 정의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면 내가 생각한 관계는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무너진 그 후의 말들만 내게 머물 뿐이다.
투정에 인색한 내게 투정을 부린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주는 데에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내 능력 안에서 그에 대한 답을 성심성의껏 한다.
하지만, 들리는 말과 듣고 싶은 말은 대부분 다를 수밖에 없고,
거기서 와르르 소리가 들린다.
너무 자주 들려, 난 항상 관계를 수시로 다시 정의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했던 관계보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관계가 더욱 아름다울 수도 있고,
내가 비참해질 수도 있다.
더욱 아름다울 때, 나는 기분 좋은 죄스러움을 갖게 되지만
비참해질 때, 나는 관계를 아예 처음의 상태로 과감히, 냉정히 되돌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