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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진 Aug 31. 2018

당신도 혹시, YS증후군

8월의 이야기 스물

"YS 증후군입니다."

그렇게 진단을 받고 건물을 나서니, 세상이 이상하게 보였다.


할머니, 뭐가 급해서 이렇게 저를 밀치면서까지 가세요.

이봐요, 뭐가 급해서 보행자 신호에 그렇게까지 경적을 울려대요.


당신들도 혹시, YS 증후군인가요.




올해 수능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나의' 수능은 벌써 7년이 흘러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수능하면 선명히 기억나는 한 가지가 있다.


반도 뜨지 못한 눈으로, 몸의 감각만 이용해 간신히 화장실을 찾아가 세수를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오며 '이 생활을 1년만 더하면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나보다 앞서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괴로워하던 고3의 나.


그렇게 나는 스물다섯이 되어서도 여전히

남들에게서는 나보다 잘난 점을 잘도 찾아내면서,

내게서는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만 찾아내 스스로를 닦달하고 있었다.




"열심 증후군입니다."

오랜만에 찾은 동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은,

얼굴도 모르는 익명의 독자에게 그렇게 단호하게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물었다. 

"우리는,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 질문이 어떤 응원보다도 위로가 된 건,

'앞으로 더 잘해보자'고 내 스스로도 지겹게 내리치던 채찍이 아닌

'이미 열심히 했다'고 내 스스로 차마 하지 못하던 인정을 대신 해줬기 때문 아닐까.


그날부터, 나는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인사를 조금 바꿨다.

"(열심히 했으니, 이제) 쉬엄쉬엄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또 일터로, 독서실로 향할 걸 알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 우리가 조금 덜 열심히 살길 바란다. 그래도 괜찮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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