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이야기 하나
언젠가 술자리에서 선배가 말했다.
"너는 좋은 후배가 뭐라고 생각해?"
"음... 잘 모르겠는데요."
"내 생각에 좋은 후배는, 선배의 잘못된 점을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나는 그 말이 가끔씩 생각난다. 해괴망칙하다고 생각했던 그 선배의 말이 자꾸 맴돈다.
올바르진 않더라도 그게 정말 좋은 후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좋은 후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겠지.
-
기사나 트위터나 어디서나 흔히 누군가의 발언이 앞뒤가 짤려 돌아다니는 것을 보곤 한다. 처음엔 너무 놀라 '어떻게 이런 말을 뱉을 수 있지' 하고 찾아보면 막상 전혀 다른 얘기거나 다른 맥락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내, 발언자가 상상 이상으로 놀림과 모욕을 받는 것을 보고 더 놀라게 된다.
처음에는 언론의 얄팍한 술수였거나 누군가의 시기였을 것이다. 실제로 타인을 아프게 하는 말을 했는지도 모르지. 그치만 사실관계는 뒷전이 된 채 조리돌림 당하는 누군가를 볼 때마다 겁이 난다. 어쩌면 그가 처음부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모품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들을 생각이 없다거나, 하고 싶은 말만 한다거나.
-
한창 토익 점수를 때문에 끙끙댔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했다. 두 시험에는 듣기 영역이 있다. 만점을 위해 듣고 또 듣는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듣는다.
그러나 우리는 옆 사람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다. 나의 만족을 위해 남을 헐뜯는 우리들.
누군가가 나서 '남말 듣기 평가'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