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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진 Sep 04. 2018

남말 듣기 평가

9월의 이야기 하나


언젠가 술자리에서 선배가 말했다. 

"너는 좋은 후배가 뭐라고 생각해?"
"음... 잘 모르겠는데요."
"내 생각에 좋은 후배는, 선배의 잘못된 점을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

나는 그 말이 가끔씩 생각난다.  해괴망칙하다고 생각했던 그 선배의 말이 자꾸 맴돈다.
올바르진 않더라도 그게 정말 좋은 후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좋은 후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겠지. 



기사나 트위터나 어디서나 흔히 누군가의 발언이 앞뒤가 짤려 돌아다니는 것을 보곤 한다. 처음엔 너무 놀라 '어떻게 이런 말을 뱉을 수 있지' 하고 찾아보면 막상 전혀 다른 얘기거나 다른 맥락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내, 발언자가 상상 이상으로 놀림과 모욕을 받는 것을 보고 더 놀라게 된다. 

처음에는 언론의 얄팍한 술수였거나 누군가의 시기였을 것이다. 실제로 타인을 아프게 하는 말을 했는지도 모르지. 그치만 사실관계는 뒷전이 된 채 조리돌림 당하는 누군가를 볼 때마다 겁이 난다. 어쩌면 그가 처음부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모품같은 존재는 아니었을까. 들을 생각이 없다거나, 하고 싶은 말만 한다거나. 


-


한창 토익 점수를 때문에 끙끙댔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했다. 두 시험에는 듣기 영역이 있다. 만점을 위해 듣고 또 듣는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듣는다.


그러나 우리는 옆 사람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다. 나의 만족을 위해 남을 헐뜯는 우리들.

누군가가 나서 '남말 듣기 평가'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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