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있는>
유어마인드 입고 소식에 벌떡 일어나 서점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예전 회사에서 아침마다 즐겨먹던 연희김밥 집을 발견, 좋아하는 맛을 골라 포장했다. 집에 와서는 낮에 끓여둔 미역국을 다시 데워, 그릇에 담고 김밥 포장랩을 주욱 찢어 식탁 겸 책상에 앉아 주워먹으며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때까지만해도 정말 별 생각이 없었다. 사실은 그를 이해해보려 구매했던 책이다. 우울과 무기력함을 끈덕지게 잡고 있던 누군가를 이해하고 그래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내가 어디선가 읽었는데" 라고 호기롭게 이들의 경험과 문장을 읊어주던가 아예 이 책을 건네고자 했다.
책 속에는 온갖 일상에서 온갖 형태로 우울과 불안들을 견뎌내는 이들의 경험담이 가득하다. 생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다는 다짐들을 하루에도 수없이 하고, 그렇게 결국 자살 시도를 해보다가 찰나의 질식을 경험한 후 죽음이 두려워 삶을 견뎌내는 이도 있었다.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구체적인 사건이 있었던 이도 있었고 대체 왜 우울한건지 왜이리 불안하고 숨이 안쉬어지는지 모르는 이도 있었다. 그들의 토로를 읽다보니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고 과거의 어떤 시점이 꽤나 선명하게 지나치기도 했다.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외로움, 있더라도 말로 표현하고 싶지도 않고 침대에 누워 온종일 빈눈으로 천장만 보던 무력함, 대체 나한테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는 대상 없는 분노까지. 이미 소멸하고 있는 점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처절함을 나 또한 경험한 적이 있기에 누군가를 이해하려 책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은 우울증을 겪은 이웃들의 글을 담은 책이자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그들은 안녕한지 그리고 나는 정말 안녕한지 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