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동사의 맛>
만화 <동사의 맛>에서 남자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동사의 기본형은 말이죠. 꼭 족쇄 같아요." 모두가 '-다'라는 족쇄에 얽매인 것 같다는 것.
남자의 다소 철학적인 감상에 여자는 그 입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이렇게 말한다.
"기본형이 사람의 몸이라면 활용형은 각양각색의 의상이나 작업복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러다 여자는 순간 소슬한 마음을 느꼈다.
삶의 대부분을 타인을 위해 살아오던 자신이 과연 활용형을 자신있게 떠들어 댈 자격이 있는가 싶어서.
"동사의 기본형은 족쇄다. 고로 활용형이 존재한다."
나도 떠올려보았다.
과연 나는, 나라는 존재와 함께하던 모든 '하루'에 나를 대상으로 어떤 활용들을 해왔는지. 아무리 되짚어보아도 나는 '-다'라는 족쇄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여지껏 기본형의 언저리에서 잔가지들을 힘겹게 뻗어냈지만 늘 '-다'라는 기본형의 테두리를 안전하다 여겼다. 그렇다면 나의 활용은 대체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