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문장

7년 전

by 지망자

오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에 밑줄을 그을 연필을 한참 찾다가 잊고 있던 볼펜을 찾았다. 7년 전, 나는 그 볼펜으로 낱말을 수집하고 그 낱말들로 문장을 만들었으며 10여 분짜리의 영상을 건조하고 의무적인 형태로 구성하기도 했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 지금 당장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감정들을 써내려가기도 했고 볼펜 머리를 탁 하고 쳐내면 쏟아지는 붉은색으로 타인들의 글에 오만한 일언반구를 남기기도 했다. 볼펜심이 더이상 무언가를 남길 여력이 없을 지경까지 오면 나는 다시 그 펜에 새로운 심을 넣고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써내려갔다. 쓰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았고 그래서 써야만 했던 것들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감정의 과잉들을 활자화 시키는 걸로 나를 이해하고 나의 상황들에서 생존했다. 우울에, 불안에, 무력에, 분노와 설익은 사랑에 그리고 애증 속에서 말이다. 쓴다는 것의 의미와 역할이 분명했던 시절을 지나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문장들은 때가 잔뜩 끼여 있다. 어쭙잖게 나열된 활자들은 그 시절의 구두점보다 힘이 없다.



+밑줄을 긋던 헌책에서 누군가 먼저 그어놓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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