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설움이 합쳐지고 모든 것이 설움으로 돌아가는 날

김수영 - 긍지의 날

by 지망자



내가 내 자신의 우울에 허우적거리고 있을때 잊고 있던 고마운 사람에게서 꼭 연락이 온다. “잘 지내니.” 같은 물음으로. 나의 우울이 전해졌을리 만무한데 몇 마디 나누지 않고도 그때처럼 무심하게 ‘시’를 툭-던져주신다. 오늘은 김수영의 시다. 그리고 그때처럼 무심하게 툭- 말씀하셨다. “이제 써야지. 니 이야기.” 무얼 해도 힘이 안들어가는 날이 지나치리만큼 길어진다.

기세등등하게 다시 서울로 올라왔건만 “사실은-” 이라는 말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후로 뒤통수를 연속으로 맞고 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아 나를 알고 있는 이들과 수다도 떨어보지만 우리의 대화는 모두 “그때 참 좋았는데.” 같은 이미 다 지난 것들, 다신 오지 않을 그 시간들에 대한 후회 뿐이었다. 사무실에서 그 단어를 보는데 괜히 울컥했다. 입사 축하한다며 친구가 보내준 커피를 이제서야 마셨고 기다리던 아이디카드가 나온 날이었다. 뭔지도 모르는 문서를 써라해서 쓰고 있지만 정말 아직도 모를 단어들이 빼곡하다. 나는 언제쯤 내 단어들을 쓸 수 있을까. 시 말고도 보내주신다는 그 책을 또 받아들고 나는 또 얼마만큼 울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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