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하루의 단어
뻔한 조언에도 가치가 있다.
나이와 비례하여 사회생활이 길어질수록 수많은 사람이 거쳐 갔다. 내 위에 사람도 그러했고, 내 아래 사람도 그러했다. 아래 사람을 책임져야 할 직업이다 보니 항상 사람을 신경 썼다. 무조건 찍어 내리곤 싶지 않았다. 그들이 방향을 잡고 올바른 길로 - 적어도 내 생각에서는 - 걸어가기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처음 입사한 친구들은 더더욱. 첫발을 잘못 내디디면 잘못된 방향으로 빠지기 쉬웠다.
약 7년의 시간 동안 많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내가 했던 실수를 그들이 겪지 않게, 그들은 더 좋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게 노력했다. 물론, 그 효과는 썩 좋지 않았다. 열 명에게 이야기하면 세 명 정도 받아들였을까. 세 명도 높게 잡은 수치다. 후배들은 모두 성인이었고 성인은 자신의 가치관을 가진 존재일 터. 그 가치관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단 걸 작년쯤에서야 깨달았다.
최근 이런 후배 한 명과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대략 한 달 정도 같이 근무했던 친구였다. 처음 입사한 그에게 똑같이 뻔한 조언을 늘어놓았다. 너의 위치는 미약해 보일지 몰라도 상당한 책임과 권한을 지닌 자리다. 명확히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 사명감을 가져라 등등. 늘 늘어놓는 레퍼토리였다. 내가 떠난 뒤로 잘한다는 소식과 안타까운 소식도 들렸지만, 나도 바빠 더 확인할 수 없었다.
여유가 생겨 다시 만난 후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끝까지 이 길을 걸어가겠다는 후배는 빛이 났다. 내가 떠난 이후에 본인이 어떤 일을 했으며, 어떻게 해왔는지를 쭉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 한 달 동안 내가 했던 조언이 자신에겐 큰 도움이 됐다면서.
내 뻔한 조언에 그만한 가치는 없었다. 항상 똑같은 말을 내뱉었을 뿐이고, 그 후배의 등을 조금 밀어준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뛰어난 능력을 지닌 친구였기에 이 뻔한 조언에도 힘을 받아 앞으로 쭉 나아갔을 거라고. 그거면 뻔한 조언의 값어치는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