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 13. 하루

에세이_하루의 단어

by 시고

하루의 총량은 같을지라도 밀도는 다르다.


평일 새벽에 일어나 차를 몰고 길을 나선 적이 있었다. 언제였는지, 무슨 요일이었는지, 어떤 이유로 일찍 길을 나섰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차를 끌고 고속도로에 올랐고, 오르막길을 지나 내리막길에 들어섰을 때. 저 멀리서부터 이어진 고속도로 위에 차들이 보였다. 라이트를 켜고 각자의 목적지로, 새벽의 어둠을 헤치며 나아가는 일련의 행렬. 그 광경은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그때 왜 이리 일찍 움직여야 했는지 들었던 짜증이 덥석 먹혀 사라지는 느낌.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 아래 이미 움직이던 그들의 밀도는 나와 다르게 느껴졌다.


아침형 인간, 미라클 모닝 등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 새벽 5시를 가리키는 시계로 시작하는 영상 속 사람들은 독서, 운동, 업무 등 많은 것을 하고 있다.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는, 누가 봐도 대단해 보이는, 높은 밀도의 하루를 보여준다. 그들처럼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하루 24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살아야 한다며 설파하는, 지독히도 바쁜 삶의 밀도가 좋고 올바른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떤 밀도로 하루를 살지 묻는다면 새벽에 직접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몰던 전자를 택하고 싶다.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은 똑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 새벽 고속도로 위는 고요했고 그들만 존재했다. 어떤 훌륭한 일을 하든, 대단한 일을 하든, 남에게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묵묵히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을 뿐이다. 설령 짜증과 고통, 힘겨움이 뒤따르더라도 그들은 그들 자신의 밀도로 하루를 살아갔다. 그곳엔 타인은 없었다. 오직 나의 방향만 있을 뿐.


요즘 나는 일찍 일어나지도, 늦게 잠에 들지도 않는다. 원하는 시간에 움직일 뿐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하루의 총량을 바쁘게도 게으르게도 보내고 싶지 않다. 타인의 말과 모습이 아닌, 그저 나의 밀도로 하루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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