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하루의 단어
별명은 좋든 싫든 영향을 미친다.
직장 생활을 하며 얻은 별명이 있었다. 선비 같은 사람. 너는 꼿꼿하고,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고집도 세고 굽히기를 싫어하며, 항상 예의를 중요시하고 바르게 하려고 한다면서.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이 말을 처음 꺼낸 상대가 상급자여서 더욱 그랬다. 너는 선비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든 따라오려 해서 기특해 보인다고 했었으니. 다음에 이 별명을 또 들었다. 이번엔 하급자였다. 당신은 선비 같은 사람이라 어떤 이의 버릇 없는 행동이 분명 불편할 텐데도, 티를 잘 내려 하지 않으시는 거 같다면서.
두 부류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과연 저 별명과 어울리는 사람인지 신경이 쓰였다. 신기한 건 성인이 되고 그리 교류가 없던 친척에게도 같은 말을 들었다. 넌 선비 같은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거라며. 잠깐 처음 만나 대화를 주고받았던 상대한테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선비 같은 분이시네요. 대체 선비가 뭐길래.
그때부턴 별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선비 같은 사람이니까. 이렇게 행동하는 거야. 타인에게 나를 소개할 때도 자주 써먹었다. 저는 선비 같은 사람입니다. 남들도 저 보고 자주 그러더라고요. 그럼 대충 알아듣는 것 같았다. ‘선비 같은 사람’이 정확히 뭘 뜻하는지 사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사전에서 선비는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했다. 이게 나라고?
남들이 저 사전의 정의대로 나를 바라봐준다면 영광이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고결한 인품이라는 수식어는 너무도 거창하다. 저런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나의 어떤 부분을 보고 남들이 이 거창한 별명을 붙여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선비라는 별명은 인지한 순간 분명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행동 하나하나를 검열하며 별명에 걸맞은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강조한다. 차라리 마음에 들지 않는 별명이었다면. 아니, 그건 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