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 15. 성장

에세이_하루의 단어

by 시고

삶이 성장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고 싶었다.


20대를 지나 나이의 숫자만 커질수록 내가 과연 그 나이에 맞는 사람인지 의문이 들었다. 시간은 점점 빠르게만 지나가서 이것저것 하다 보면 내가 실감하는 나의 나이와 숫자가 어긋나는 감정이 커졌다. 내가 이 숫자에 걸맞은 삶을 쌓아 올렸고, 어디서든 그 숫자에 어울리는 값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나이의 숫자가 커질수록 나보다 어린 사람이 많아지고 내 위치 또한 조금씩 올라갔기에 행동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직위가 오를수록 더더욱. 내 직위에 맞는 사람으로 행동하여야 할 책임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직위가 표현하는 내가 정말 나의 삶인지, 내가 성장함을 의미한 것인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직위가 아무리 바뀌고 위치가 올라가도 내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에. 나는 남에게 손해를 끼치기를 싫어하고,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고,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가급적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그저 그뿐인 사람이다. 이 본질은 십 년 전이든 지금이든 변함이 없었다.


나는 과연 성장하였는가? 직위가 아니라면 그 증거는 대체 뭘까? 한참을 고민했고 그나마 내놓은 답은 경험과 지식이었다. 내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어도 시간과 비례하여 경험과 지식은 조금씩 쌓였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주 사소한 일상의 잡지식부터 - 냉장고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법 등 -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 자동차를 점검하는 방법, A 업무를 할 때는 B가 필요하다는 사실 등등 경험에서 비롯한 지식이 늘었다. 지식은 전에는 어려웠던 일을 더 수월하게 해줬다.


이것뿐이었다. 내 삶이 성장했다는 증거는. 거창한 직위와 성취를 내 성장의 증거로 삼을 순 없다. 직위와 성취는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당장 내일 없어질 수 있다. 눈에 잡히고 뚜렷해 남들에게 쉽게 내세울 수 있을진 몰라도 나는 그러지 않으려 한다. 유한한 성취보다 무한히 내 속에 깃들 지혜가 내 곁에 있기를. 내가 쌓아갈 경험과 지식, 지혜가 내 행동으로 나타나 내가 성장했음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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