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어촌 지역에 새로워진 풍경 중의 한 가지는 골짜기, 산 중턱마다에 외딴집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국 어디를 가든지 쉽게 눈에 띄는 광경이다. 이들은 왜 마을 내에 자리를 잡지 않고 외딴집을 지어 살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마을 안쪽에 살집이나 집터를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이고, 또 한 가지는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어서 일게다.
사실 마을 내에 자리를 잡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빈집이 있다고는 하지만 비워 놓은 지가 오래되어 폐가 수준이 대부분이고, 어차피 정착할 마음을 굳히고 나서는 내 집이 있어야 하는데 집 지을 터가 쉽사리 나오지는 않는다.
설사 그런 곳이 있다고 해도 단박에 마을 한 가운데 들어가 살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귀농, 귀촌 하는 이유가 도시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외딴곳에 나 홀로 집을 짓고 사는 경우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는 전기설치의 문제이다.
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봇대 비용까지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한전과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을 해주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전기선과 전화선을 같은 전봇대에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외딴집에 전봇대가 두 줄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7부 능선까지 온전히 자기 돈을 들여 두 줄로 전봇대 공사를 해야 하는데 중간에 다른 사람의 논이나 밭이 있기 때문에 직선거리 설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농사일을 하는 경우, 농기구 등을 이웃에서 빌려 쓸 수가 없기 때문에 호미에서 어지간한 농기계까지를 전부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태기 하나 까지를 전부 갖추고 산다는 것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초보시절의 몇 년 동안은 작업하다 말고 읍내로 출퇴근 하다시피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농번기 일손 구하기의 어려움이다.
이미 시골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70대를 넘어서다시피 하므로 마을에서 걸어서 이동하기 어려운 정도의 밭인 경우는 일일이 태우고 와서 일이 끝나면 태워다 줘야 한다.
안 그래도 농촌에는 농번기에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데 산 속이다시피 한 곳까지 일하러 올 사람은 여간해서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심지어 마을에서 떨어진 경우는, 남편이 다른 볼일로 집을 비우게 되면 아내 혼자서는 낮에도 무서워 따라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 이외에도 마을은 대부분 오랜 세월 풍수해나 산사태 등 별다른 자연재해를 겪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산등이성이나 골짜기에 중장비로 물길을 바꾸거나 함부로 나무를 베어내고 집터를 만들어 집을 짓는 경우를 보면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어떤 대안이 있을 것인가? 이런 경험을 한 귀농인들이 추천하는 것은 마을 끝집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집을 짓고 살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사생활도 보호받을 수 있을뿐더러 마을에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참여도 가능하고 앞서 예로 든 것들도 대부분 해결된다고 한다. 경험자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할 대목이다.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