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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살이궁리소 Sep 29. 2017

추석 고향 가는 길 단상

지게 작대기를 피해 달아 난 농촌은 지금 

식생활 교육 강사 및 활동가를 대상으로 '농업 농촌의 가치와 의미'라는 주제로 강연 요청을 받고 강의 준비를 위해 자료를 찾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일본의 어느 행사에 참석했을 때 큐슈지역 농정국 부스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농업 농촌의 다면적 기능 자료

해당 지역의 농산물이나 정책 홍보가 주를 이루고 있을 거라는 것이 오랫동안 이런 곳을 다녀 본 경험에서의 예상이었는데, 게시물이나 유인물 내용의 대부분이 농업농촌의 다면적 기능에 관한 것이라 꽤나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보기 쉽게 만들어진 자료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농촌의 다면적 기능을 알 수있는 책받침을 제작해 무료 배포하고 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농산물 공급은 늘어나고 소비는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농촌을 유지하는 방법은,

-수출을 늘리거나

-국민들이 국산 농산물을 사주거나

-농촌 유지 비용 지출에 공감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농업, 농촌의 가치 공감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농촌은 농민만 지키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지켜야 하는 것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돌이켜 보면 농촌에 있어서 추석은 풍요로움이자 빈곤의 씨앗이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추석이 지나고 나면 동네의 형이나 누나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도시로 나갔다. 

고향 가는 길 양손에는 남겨 두고 온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하나씩 

아버지한테 걸리면 지게 작대기로 맞아야 했다. 그런데 당시의 아버지들은 '이 눔의 자식을....'하며 대문 옆 헛간까지 지게 작대기를 가지러 갔다. 

아야! 느 아부지 작대기 가지러 간 사이에 언능 가거라.. 

그 사이 도망가란 얘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먹고 살기가 어려웠다. 아들도 아버지도 손을 놓아 버린 농촌고령화와 공동화라는 그늘만 남았다. 

농촌과 도시의 구분은 마을 전봇대 숫자보다 주민 숫자가 적으면 농촌이다

한편 그렇게 도시로 간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한강의 기적은 생각지도 않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 사회 심장 한가운데를 겨누고 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이 눈부신 경제성장의 뒷면은 우리에게 큰 그늘을 늘어 뜨리고 있기도 하다

2012년 당시  여성가족부가 청소년과 주 양육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청소년 종합실태조사를 보면 2주 이상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슬프고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청소년이 3명 중 1명 꼴(37.5%)이라고 한다.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노인 자살률 1위, 장년층의 이혼율 1위가 우리의 자화상이다. 전 세대에 걸쳐서 뭔가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사각형 회색빛 짙은 그늘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녹색의 곡선의 농촌

그러다가 지난 10여 년 전부터 연어의 회귀본능처럼 도시를 떠난 젊은이들이 친구들까지 데리고 농촌으로 돌아오고 있다.

2016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의하면 49만 6천여 명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제주시 인구가 48만 명이니까 매년 제주시 인구만큼이나 농촌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유는 IMF라는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지쳐 버린 것이다. 아니, 이제서야 스스로의 나(我)를 본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너무 많이 늙고 지쳐 있다. 치마폭 여기저기에 누덕누덕 기운 자리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지칠대로 지친 우리 농촌.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막다른 골목에 빈 수레를 끌고 서있는 형국이다
이번 추석길을 다니면서 농촌의 가치와 보존해야 할 의미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조선, 반도체 세계 10위권에 드는 공업입국 대한민국에서 농촌은 더 이상 식량 생산만의 기지가 아니다. 어쩌면 1리터의 곡물생산 보다도 1평방미터의 농촌을 보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우리 눈 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나라지키는데 국방비 사용하듯, 정신문화 지키는데 문화재 유지비용 사용하듯, 우리의 생명곳간 지키는데 생명유지 비용 지불해야 한다.


식생활 교육 강사 및 활동가를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과 농산물 구매를 결정하는 주부들이 우리 농업 농촌의 소중한 가치를 보다 잘 알고 공감할 수 있다면, 100명의 생산농가 교육보다도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추석 긴 연휴는 농업, 농촌의 가치에 대한 공부와 강연 준비로 삼기로 갑자기 결정했다. 이번 강연 내용은,

防(방)

홍수를 막아내는 역할

守(수)

토사붕괴유실에서 지켜내는 역할

傳(전)

우리 정신문화의 근본이 되는 전통을 계승하는 역할 

水(수)

지하수를 확보하는 역할

食(식)

우리 국민이 우리 국민에게 변하지 않고 먹거리를 제공하는 역할

育(육)

다양한 생물들이 풍부하게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역할

景(경)

우리와 미래세대의 마음 사막화를 방지하는 농촌경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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