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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살이궁리소 Apr 01. 2018

24개 한 상자에 10만 원 파는 일본 딸기 농부

완숙 상태로 출고하는 비결은 전기분해수와 다랑어 추출물 사용

일본이 자랑하는 1890년에 준공한 제국호텔은 일본 정부에 의해 영빈관처럼 사용된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건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도치기현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귀농인 노구치 씨(58세)는 이 호텔 레스토랑에 딸기를 공급한다. 그것도 비싼 가격에.

완숙 상태로 공급되는 노구치 씨의 딸기는 최상품 딸기로 인기가 높다

이후로 노구치 씨의 딸기는 보통의 딸기보다 적게는 30% 더 비싸다. 많을 땐 3배나 더 줘야 구할 수 있다. 이미 이런 가격은 이 호텔뿐 아니라 다른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형성돼 있다. 

일단 그가 생산하는 딸기는 마치 광택제를 바른 것처럼 빛난다. 농약을 안 쓰는 건 기본이다. 보통 딸기는 유통과정에서 후숙을 고려해 완숙으로 내놓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딸기는 완숙으로 판다.

제국호텔은 일본 정부가 영빈관으로 사용하기도 할 정도의 유명 호텔

그의 딸기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도쿄의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바로 간다. 나머지는 백화점과 직판장, 일부 전용 쇼핑몰에서만 소화된다.

노구치 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재배방법이다. 다른 딸기 농가와 다르다. 토양은 태양열 소독 방식을 적용한다. 물은 전기 분해한다. 지하수를 전기 분해하면 살균력을 가진 물이 된다고 한다. 화학농약 대신 천적을 활용한다. 

지하수 전기분해 이온수와 다랑어 추출물이 고품질의 비결

비료는 다랑어 등에서 추출한 아미노산 등 여섯 가지로 만든다. 그는 알칼리수가 토양을 활성화시키고 뿌리의 탄력을 좋게 해 비료 흡수율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효소는 식물의 광합성을 촉진한다. 이렇게 되면 과실의 수량이 늘고 과실도 커진다. 특히 다시마나 가다랑어에서 추출한 아미노산이 짙은 맛을 내는데 효과가 높다고 한다. 이를 통하면 딸기는 더 달면서도 산미의 밸런스를 좋게 해준다고 한다. 특히 완숙 상태로 수확해도 선도 유지가 오래간다고 한다. 노구치 딸기가 완숙 상태로 출고하는 비결이다.

숙련된 직원들의 엄격한 선별이 품질관리의 최종 단계

노구치 씨가 이런 비료를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얻은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무농약을 말하지 않아도 무농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구치 씨는 "무농약 인증 마크보다 더 효과적일 때도 많다"라고 했다.
노구치 씨의 고향은 일본의 서울인 도쿄다. 농업에 관심은 있었다. 그래서 농대로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도쿄에 있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농업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 없어 귀농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딸기 농사를 시작한 곳은 일본의 딸기 주산지 도치기현이다

귀농지로 택한 곳은 아내의 고향인 도치기현이었다. 도치기현은 일본 전역에서 '딸기의 고향'으로 불릴 정도로 딸기 주산지다.
그는 당연하게 농사 경험이 없었다. 이 지역에 연고도 없다. 다른 귀농인과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농지를 빌리기 어려운 것부터 기껏 빌린 땅에 임대료도 더 달라는 문제로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두 번이나 옮겼다.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안전, 안심할 수 있는 농산물 생산이 차별화라고 강조하는 노구치 씨

그런 그가 지금의 딸기 재배 방식을 개발하게 된 것은 농사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여러 농장에서 공부할 때였다. 그 농장들에서 약품과 농약을 무절제하게 사용하는 것을 봤다. "과연 이 딸기들을 소비자들이 알면 사 먹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바꿔 보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안전한 농산물을 만들면 조금 비싸게 받아도 다 팔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노구치 씨는 말했다. 

그의 재배 방식은 고설 양액재배로 양액에 사용되는 물은 전기분해 이온수를 사용한다

그가 이 방식을 개발하기까지 그의 인생 10년을 바쳤다. 누구에게 배운 건 아니다. 순전히 발품을 팔고 독학으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어렵게 개발한 기술도 문제는 남았다. 막상 생산해 놓고 보니 농협 아니면 판매할 길도 없었던 것이다. 일본 농협도 한국 농협과 비슷한 구조다. 더 특별하게, 더 공들여서 만들어도 특별한 대우를 받기 힘들다. 가격이 우선 비슷하다. 노구치 씨는 결국 농협을 탈퇴했다. 독자적인 판매 방식으로 돌아서기로 했다.

그의 딸기는 쇼핑몰을 통해 24개 들이 한 상자에 1만 엔 (약 1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언론 등이 관심을 보이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중 모치즈키 셰프도 있었다. 모치즈키 셰프는 일본 제국호텔의 요리사다. 제국호텔은 일본 최고 호텔로 꼽힌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농산물은 남아돈다. 딸기 역시 같다. 그런데도 언급했듯이 노구치 딸기는 비싸게 팔린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비결은 차별화다. 다른 상품과 다르다고 해서 비싸게 팔리진 않는다. 차별되려면 품질이 높아야 한다. 그 비결을 농사법에서 찾은 것이다. 

주변 농가보다 10a (300평) 당 약 1,000만 원가량 소득이 높다

마케팅도 고심한 결과다. 일반 상점 대신 최고급 공급라인을 공략했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최고만 사는 곳은 반드시 있습니다. 그곳을 제 시장으로 염두에 두고 딸기를 만들었습니다." 시장에 대응하고 어떤 면에선 시장을 선도했던 셈이다. 최고급처에 납품된다는 얘기가 퍼지자 일반 소비자도 달려들고 있다. 결국 농사법과 마케팅의 승리인 셈이다. 

전용 쇼핑몰에서는 '빨간 보석'이라는 브랜드 딸기로 유통되기도 한다

결국 노구치 씨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다. 부가가치는 자연스럽게 따라 올라갔다. 인구 감소로 소비는 줄고 수입농산물 증가로 공급은 늘어나는 환경에서 농업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돌파구를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문은 마케팅으로 열었지만 차별화된 기술이 지속적인 고객 확보의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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