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집의 형태·크기 미리 구상…시행착오 줄여
시골살이의 정점은 내 집을 짓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서둘러 집을 짓게 되면 집의 형태나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따라서 원하는 집의 형태나 크기를 미리 생각해 두고 준비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문:집은 어떤 형태가 좋을까?
답:흙집(황토집)은 시골살이를 계획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는 집이다. 이른바 ‘숨 쉬는 집’으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것이 장점이다. 또 건축자재에서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아 건강에 좋은 집으로 알려져 있다. 흙집은 손맛을 살려 직접 지을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귀농 관련 단체나 건축업체의 흙집 교육에 참가하면 도움받을 수 있다.
단점은 건축단가가 높고 관리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또 아무래도 벽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나 밖에서 들어오는 벌레 때문에 깔끔한 느낌은 덜하다. 실제로 지을 땐 경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시공업체에서 흙에 생석회나 시멘트를 섞는 일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가운데 또 하나는 조립식 주택이다. 조립식 주택은 건축단가가 낮고 시공이 빠른데다 설계 변경이 용이하다. 그러나 통기나 수분 배출이 잘 안 되고 화재 발생 때 위험이 크다.
목조주택은 전원주택의 가장 전형적인 모델이다. 강원 원주에서 목조주택에 살고 있는 김용길씨(65)는 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자재가 규격화돼 1~2개월이면 시공이 가능하고 조립식에 비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콘크리트주택은 건물 내구성이나 단열이 좋으며 외장재가 다양해 건축주의 취향에 가장 근접하게 지을 수 있다. 반면 방수나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누수·결로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경사식 지붕으로 설계하는 것이 좋다.
문:집의 구조는 어떻게 할까?
답:2008년 충북 충주로 귀농해 정부의 귀농·귀촌 현장지도교수로 활약 중인 손병용씨(45)는 집을 최대한 작게 지으라고 조언한다. 대신 자녀들이나 손님들이 방문했을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황토방 짓기에 도전할 것을 권한다.
시골의 겨울은 춥다. 아파트만큼 단열이 잘될 거라는 기대는 아예 접어야 한다. 땔감이나 여러가지 부산물을 사용해 난방을 하는 아궁이 겸용 보일러를 이용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단열을 강화할 수 있다.
집의 동선은 아파트와 별 차이가 없지만 주방 쪽에 텃밭이나 장독대로 통하는 문을 두면 편리하다. 또 농사를 짓는다면 창고는 필수다.
문:설계와 인허가 절차는?
답:2013년 집을 지어 입주한 문영호씨(44·전남 장성)와 이유호씨(59·충남 부여)는 설계변경이나 인허가, 준공처리 등을 생각한다면 설계는 지역의 설계사무실에 맡기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도면에서 마감치수나 마감자재 등이 정확히 나와야 시공할 때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설계사무실에 맡기라는 것이다. 또 시공 중 설계가 변경되면 건축비도 상승하므로 초기 설계를 완벽하게 해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설계가 끝나면 건축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인허가 전 확인해야 할 사항으로는 도로 확보(맹지일 경우 사용동의서), 오수 및 하수 처리, 인허가 일정 및 절차이다. 인허가 관청에 사전심의를 신청하면 되는데 심의기간은 약 1개월이 소요된다. 건축할 대지에 옛집이 있을 경우 해당 읍·면사무소에 멸실 신고를 해야 한다.
채상헌<시골살이궁리所 대표·천안연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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