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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살이궁리소 Feb 16. 2024

농대 졸업식 축사

제자들 졸업식장 뒤편에 앉아 맘속으로 혼자서 하는 축사

여러분들이 학교 다니면서,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

라고 들었겠지만, 오늘 이후 현장에 서게 되면, 당장 나의 생명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법대나 의대 내지는 공대를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농대를 졸업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직접 꽃이나 채소, 과일, 내지는 가축을 키우겠다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가끔 하느님이라고 하는 동업자가 발목을 잡는 경우는 있지만,

스스로 시작하고
알아서 일하고
하루를 자기 의지로 끝낼 수 있는 직업을 갖는 직장인

이 되는 길에 들어서는 축복을 받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축하합니다  

   

청년이 농장이라고 하는 직장에서 농부라는 직업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물 위의 아름다운 백조와 같은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년농부’에게 마음은 주지만, 정작 자신의 지갑을 여는 것은 베테랑 농부가 생산한 딸기일지도 모릅니다. 아프게 다가올 것입니다.     


단박에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르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 위에 떠있는 시간이 하늘을 나는 것보다 많을 것입니다.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쉼 없는 갈퀴질과 어두운 물속 물고기의 흐름을 포착하면서 머리를 내리꽂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도전하지 않는 것은 손에 쥔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100년을 두고 보았을 때, 지금부터 10년은 그다지 잃을 것이 없을 때입니다. 지금 조차도 도전하지 않는다면


도전의 기회는 점차 빠른 물살로 지나가 버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존엄’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서 ‘이 행동과 결정이 나에게 존엄한 일인가?’라는 질문을 기준으로 한다면 행복한 인생입니다.


저는 나중에야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번번이 손에 쥐어진 것들이 나를 가로막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부럽습니다     


직장은 내가 존엄해지는데 필요한 경제적 소득 수단일지 모릅니다. 돌이켜보니 그렇습니다.


직업은 내가 존엄해지는데 필요한 사회적 역할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점차 크게 느껴집니다.   

경제적 소득에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부디

자신에게 존엄한 사람

이 되어 행복한 인생을 가꾸어 가시기 바랍니다.


2024년 2월 15일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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