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남편과 기자 아내, 오지 산골 생활 '지로의 집(ジロー のおうち)'
코치현 코스팀과 첫 방문한 곳은 하타야마(畑山) 지역입니다.
이곳은 학교도, 상점도, 병원도 사라지며 전형적인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입니다.
하지만 가난보다 무서운 진짜 위기는 ‘무관심’이었습니다.
돌볼 사람, 소비할 사람, 그리고 마을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결국 마을의 이야기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떠날 때, 이곳으로 모여든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출발점도, 속도도 전혀 달랐던 25살 차이의 두 남녀가 “이 마을은 정말 사라져야만 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 앞에서 만났습니다.
남편(고마쓰 세이이치 小松靖一)
최고의 식재료를 생산하고 요리하는 '장인(Maker)'
목수의 타협 없는 품질
그는 처음부터 이 마을에서 태어나 고치현 일대에서 목수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도시와 현장을 옮겨 다니며 집을 짓는 기술자는 되었지만,
정작 “자기 삶의 터전”은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고향 하타야마 마을로 돌아온 것을 떠나오기 전에는 자료를 통해 우연으로 알았었는데 와서 보니 필연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이 마을이 ‘가난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빠져나가고,
관심이 사라지고,
이야기가 사라져서
조용히 꺼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떠나지 않기로 한 사람이 아니라, 떠나는 흐름에 처음으로 브레이크를 건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첫 번째 수단은 닭이었습니다.
고치현에서 개발된 토종닭 ‘토사 지로(土佐ジロー)’ 는 원래 계란 채취용 품종 (산란계)이었습니다.
그는 마을 주민 5명과 함께 생산조합을 만들고 사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산간 지역이라 사료비와 운송비가 높았고
계란은 비쌌지만 소비자는 없었고
“좋은 것”이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됩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꿉니다.
암탉이 아니라, 수탉을 키워 고기(육계)로 가자.
많이 팔지 말고, 제대로 팔자.
이 전환이 이 모든 구조의 출발점이 됩니다.
"원래 하타야마 마을은 '토사 지로 계란' 생산지였다. 하지만 계란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물류비가 비싸 채산성이 떨어졌다. 이때 세이이치 씨는 '폐계 취급받던 닭을 고기 요리로 개발'하여, 1개에 수십 엔 하던 계란 장사를 1인당 수천 엔의 코스 요리 장사(다이닝)로 전환했다. 이것이 1차 산업(생산)을 6차 산업(서비스)으로 바꾼 결정적인 '신의 한 수'입니다
"토사 지로는 일반 닭(브로일러)이 움직이지 못하게 A용지 크기에 갇혀 사육되어 살아 보지도 못하고 40~50일 만에 출하되는 것과 달리,
4~5개월(약 120~150일) 간 자유롭게 움직 일 수 있는 공간에서 키운다.
때문에 육질이 단단하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계란용'과 '고기용'의 특징을 모두 가진 토종닭 품종이다."
"지로의 집은 일반 닭보다 3배나 긴 사육 기간을 거쳐 압도적인 감칠맛을 내는 지역 토종닭 ‘토사 지로’를 핵심 콘텐츠로 합니다.
계란 판매의 한계를 넘어 '다이닝(요리)'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육계로 전환한 뒤에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육 방식을 개선하고, 유통 방식을 바꾸고,
무엇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자란 닭인가’를 정면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토사 지로는 더 이상 ‘비싼 닭’이 아니라
‘이유 있는 닭’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고기를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고기가 만들어진 시간과 선택을 사러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닭만 팔지 않았습니다.
(宿)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자고 가게 하자.
(食) 이 닭을 가장 맛있게 이곳에서 먹게 하자.
(話) 왜 이 닭이 여기 있는지 듣게 하자.
(賣) 작은 물건이라도 팔자.
처음에는 공공 숙박시설을 위탁 운영하며 닭 요리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의 보수 문제를 놓고 지자체와 합의를 보지 못했고,
결국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아 새로운 숙소를 직접 짓는 선택을 합니다.
이 선택은 주효했습니다.
그들은 공공의 틀 안에서 버티는 것 대신, 자기 구조를 만드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전략을 바꿉니다.
많이 팔지 말자.
대신, 제대로 된 값으로 팔자.
일시적으로 방문객 수는 줄었습니다.
그러나 매출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목적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코로나 팬데믹.
몇 차례나 이 구조는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사업은,
수요가 아니라 관계,
트렌드가 아니라 신뢰,
확장이 아니라 지속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곳은 '식당'이나 '게스트 하우스'라기보다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사람을 데려오고,
머물게 하고,
다시 돌아오게 하는 구조.
닭은 여전히 닭이지만,
이제 이 닭은 마을로 사람들을 데려옵니다
아내 : 고마쓰 케이코(小松圭子)
신문기자이었던 그녀는 가치를 글로 쓰고,
손님과 소통하며 팬을 만드는 '기획자(Marketer)'. (전직 기자의 스토리텔링 능력)
그녀는 와세다 대학 시절부터 이 마을을 봉사활동으로 드나들었고,
졸업 후에는 신문기자로 일했습니다.
도시를 취재할수록, 이 작은 산골 마을이 더 크게 보였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하타야마 마을은 "도와야 할 곳"이 아니라 "사라지면 안 될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25세 연상인 세이이치 씨와 결혼하여 이 마을로 이주합니다.
그녀의 역할은 분명했습니다.
남편이 만든 구조를 이야기로 번역하고
이 마을의 선택을 세상과 연결하는 것
그녀는
이곳을 브랜드로 만들었고,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었고,
방문을 관계로 바꾸었습니다.
목수출신 남편은 공간을 만들었고, 기자 출신 아내는 그 시간을 전달했습니다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던 두 사람이 부부가 되고, 마을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남자는 구조(Hardware)를 만들고, 여자는 의미(Software)를 채웠습니다.
산골 비즈니스의 가장 큰 적은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입니다.
남편 세이이치는 자신의 '목수 기술'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했습니다.
그는 닭을 키울 축사부터, 게스트하우스 '지로의 집(ジロー のおうち)'까지
상당 부분 직접 지었습니다고 합니다.
남의 손을 덜 비리니 큰 빚을 질 필요가 없었고, 고장이 나도 직접 고치니 유지비가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토대’를 단단히 다졌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간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산속의 흉물일 뿐입니다.
여기서 기자 출신 아내 케이코의 능력이 발휘됩니다.
그녀는 남편이 키운 토종닭 '토사 지로(土佐ジロー)'를 그냥 시장에 내다 파는 대신,
'이야기'를 입혀 팔았습니다.
싸게 많이 팔지 말자. 대신, '이유'를 팔자
산간 지역의 불리한 조건(비싼 사료비, 운송비)을 극복하기 위해 그녀는 '가치 경쟁'을 선택했습니다.
단순한 닭고기(원물) → 미식 체험(콘텐츠)
"이 닭이 왜 여기서 자라야만 하는지"를 설명하며,
이곳까지 찾아온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으로 요리를 내놓았습니다.
단순한 숙박(방) → 단절의 휴식(경험)
불편한 오지를 오히려 '디지털 디톡스의 성지'로 브랜딩 했습니다.
그녀 덕분에 산골의 상품들은 '제값'을 넘어 '귀한 대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산촌의 자원에 부가가치를 입히는 탁월한 마케터였습니다.
결국 하타야마 마을의 생존 전략은 토종닭(토사 지로)이 아니라 사람(부부)이었습니다.
남편은 만들고(Make), 아내는 팝니다(Sell).
남편은 공간을 짓고, 아내는 관계를 잇습니다.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에서 직접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적 독립'.
이것이야말로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산촌 자영업 모델일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시골은 우리에게 냉정하게 되묻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만으로는 살 수 없다.
나에게는 어떤 기술과 무슨 이야기가 있는가?
이번 탐방은 막연한 힐링 여행이 아닙니다.
어떻게 '먹고사는 걱정'을 '살아가는 기쁨'으로 바꿨는지,
그 치열한 생존의 가계부와 전략을 훔쳐보러 가는 실전 비즈니스 수업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누군가의 성공의 비결을 베끼러 가지 않습니다.
소멸의 시대, 나를 지키고 내 삶을 지속하게 할 '나만의 질문'을 찾으러 갑니다.
나의 ‘토사 지로(확실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묵직한 질문을 품고, 우리는 하타야마에서의 하룻밤을 보낸 뒤 우마지촌으로 향했습니다.
없는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질문을 더 정확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1. 장소 : 눈에 보이는 것
위치: 깊은 산중, 꼬불꼬불한 단선도로, 교행도 쉽지 않은 접근성
마을 인구: 약 20명
그중 지로의 집 식구: 약 8명
폐교 1곳, 편의점 없음, 행정·상업 인프라 거의 소멸
연 방문객 수: 무려 약 2,000명
주력 콘텐츠: 닭 요리 + 숙박 + 설명 + 퍼포먼스 + 대화
상식적으로는 ‘망해야 할 조건’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는 곳입니다.
2. 본질 : 무엇을 파는가?
지로의 집은 닭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1) 재료는 입구일 뿐
이곳에서 닭은 콘텐츠가 아니라 이야기의 매개로 사용되고 있었다.
발목살과 장딴지 살까지 각 부위 설명에 대한 설명
왜 이 순서로 굽는지에 대한 해설
어떤 소스가 어떤 지방·근섬유에 맞는지를 설명하고
왜 이 화로에 이 숯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의 요리
담아내는 그릇까지 '생각'이 들어 있는 그들 부부의 기승전결이 있는 닭구이.
언제 이렇게 닭을 부위별로 한 점 굽고 한점 먹고, 한 점마다 얘기 듣고 먹어 본 적이 있었던가.
일행 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닭고기를 한 자리에서 가장 많이 먹었다"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어쩌면 '혀'보다는 '눈'과 '귀'로 음식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다음 날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며, "아마도 언어와 문화가 같은 이들은 더 큰 뭔가를 느꼈겠다"는 대화를 나누었다.
2) 그는 요리사가 아니라 ‘연출자’
그는 고기를 구워 내는 내내
일정한 동작
일정한 순서
일정한 설명 톤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전에 그들 부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와서인지, 나는 그가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performance)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셰프의 복장을 한 채로 능숙한 손놀림과 고기에 대해 물 흐르듯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듣노라면
얼핏 요리의 장인처럼 보이지만, 그는 사실은 ‘이야기를 설계한 사람’이다.
그의 본업이 목수라는 사실은 이곳의 성격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요리학교 출신이 아님
그러나 목수 출신의 구조를 아는 사람
재료보다 관계와 흐름을 짜는 사람
3. 사람들이 오는 이유 : 3가지 층위
① 물리적 층위: 쉽게 갈 수 없기 때문에 간다
우리 일행이 그랬던 것처럼 접근이 불편할수록, 도착은 ‘사건’이 된다.
마치 차마고도를 자동차로 이동하듯 이곳을 오는 내내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누구 할 것 없이 운전한 이의 노고를 꺼냈다.
이런 길을 뚫고 온 손님이기에, 도착하는 순간 이미 '팬'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누군가 말했다.
들어 올 때는 길이 험해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돌아 갈 때는 다음에 한 번 더 와야겠다.
이야기는 어느새 도착이 아니라 도달이 되어 있었다
② 사회적 층위: 사람을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온다
여기는 골짜기에서 평상을 펴 놓고 닭고기를 파는 식당이 아니라,
주인과 손님 사이의 경계가 얇고,
설명이 있고,
대화가 있고,
기억이 남는 곳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식만 먹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만남’을 얻고 돌아간다.
'삶은 꼭 커질 필요는 없다'는 것에 대한 만남이랄까...
③ 심리적 층위: 도시에서는 받을 수 없는 대접이 있기 때문이다
도시는 우리를 소비자로 대한다. 지로의 집은 방문객을 ‘귀한 손님’으로 대한다.
설명해 준다.
기다려 준다.
물어봐 준다.
머무는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 공간.
이 경험은 음식보다 오래 남을 것 같다
곧, 유튜브 채널 시골살이궁리소에서 많은 영상과 설명 올리겠습니다.
[이전글] 한국인은 '끼리끼리', 일본인은 '전체로'. 실패하지 않으려면 이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 6편: 일본을 베끼면 반드시 실패하는 이유
[다음 글] 개인의 성공 뒤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습니다. 산촌 공무원은 무슨 일을 할까요?
☞ 8편: 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곧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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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의 눈에 비친 지로의 집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