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기반·기술·판로부터 가족의 체력·특성까지 고려
작목을 선택할 땐 자본과 기술 수준·소득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사진은 귀농교육 현장.귀농의 성패는 작목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귀농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농사가 잘돼야 하고, 그러려면 작목을 잘 택해야 하니까요. 여러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작목을 결정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답 : 작목을 선택할 땐 자신의 영농기반과 기술·자본·소득·판로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전북 남원으로 귀농해 딸기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최희진씨(43)는 농사일에 대한 숙련도는 물론 본인과 가족의 체력이나 특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더위에 약한 사람이 고온성 작물을 선택한다면 더위 때문에 더 힘들어질 수 있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엔 화훼 재배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노동력이다. 충남 논산으로 귀농한 김찬호씨(48)는 상추하우스를 12동이나 지어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정작 수확기에 일손을 구하지 못해 절반 이상은 수확을 못한 채로 버린 경험이 있다. 따라서 선택하는 품목의 농번기가 마을의 주요 품목 농번기와 겹치지 않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아무래도 귀농 초기에는 농작업을 도와줄 일손이나 농기계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작목이든 부부가 경영할 수 있는 규모로 시작하는 게 좋다.
답 : 예비귀농인들 가운데에는 특용작물·과수·버섯 등을 무농약으로 재배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버섯류는 많은 농지를 필요로 하지 않고 농작업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새송이버섯의 경우 공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규모화돼 시설투자가 필요한데다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과수는 묘목 식재 후 수확까지 최소 3년 이상 걸린다. 그러므로 투자비와 더불어 운영비가 많이 필요하며, 재배기간이 길어 무농약은 쉽지 않다. 그래서 병해충 관리가 용이하면서도 투자비가 적게 들고 환금이 빠른 블루베리와 같은 베리 종류를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베리류는 사과·배와 달리 저장성이 낮고 홍수출하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잎채소류는 재배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가격 등락폭이 크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토마토·오이 등의 과채류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초기 시설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답 : 김영일 전남대 교수는 많은 귀농인들이 인터넷의 ‘거품’ 정보에 빠져 있다며, 초보자라면 더더욱 지역 특화작목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른 농가들이 재배하지 않는 새로운 작목은 농촌진흥청과 같은 전문기관에서도 자료가 없고 재배나 사양기술이 체계화돼 있지 않아 생산과 판매가 어렵다. 결국 스스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해당 시·군이나 면 단위로 어떤 품목들이 특화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품목들은 그 지역의 기후나 토질에 적합한 것으로 이미 검증됐다고 봐야 한다. 더불어 지자체의 지원도 많고, 주변에 기술이 좋은 농가나 관련 농자재도 많다.
또 특화 품목이 있는 지역에서는 인력의 숙련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깻잎을 따거나 배 봉지를 씌우는 등 작업을 할 때 특화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는 같은 품삯을 지불하고서도 작업량이 3배 정도 차이 날 수 있다. 따라서 귀농지와 작목은 서로 연관 지어 검토해야 한다.
채상헌<시골살이궁리所 대표·천안연암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