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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사회 이해가 행복한 시골살이 첫걸음

농촌사회가 도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by 시골살이궁리소

문 : 농촌사회가 도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답 : 도시는 2, 3차 산업 중심의 이질적이고 사회적 변동성이 급속한 특성을 갖는다. 반면 농촌은 1 차 산업인 농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동질적이고 사회적 변동성도 완만한 사회이다. 농촌은 도시와 비교하여 인구 규모와 밀도가 작고 낮으며 공간 내 관계적 이동성도 매우 적다. 따라서 낯선 사람에 대한 관심과 경계는 상상을 초월한다. 흔히들 농촌을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배경이 있다.

반승환21.jpg 내부에서의 결속력은 강한만큼 폐쇄적이며 배타적이기도 하다 (사진제공 반승환)

인간관계의 형성도 농촌은 1차적 인간관계로 인격적, 비형식적이라 아무래도 계약적, 형식적 관계 형성에 익숙했던 도시민에게는 부담스럽고 가늠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농촌에서의 구성원 간의 사회통제는 도시의 법이나 계약과 같은 공식적 수단보다는 도덕이나, 관습에 따르는 비공식적 수단이 많이 존재한다. 심지어 약속의 경우도 나이나 집안 배경의 결과로 형성되는 귀속적 지위가 선약에 우선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옳고 그름으로만 판단하면 충돌이 일어난다.

강진 이두희_20151213_203404057.jpg 나이나 촌수와 같은 서열이나 배경에 의한 귀속적 지위가 우선하기도 한다 (사진제공 이두희)

한 마을에서 몇 대째 공동 작업을 해온 농촌마을은 나이나 귀속 지위가 강조되며 계층 간 격차가 적은 반면에, 도시는 상대적으로 개인의 업적에 의한 성취 지위가 강조되며 계층 격차가 크고 사회적 이동이 빈번하다. 10년 전의 현재 주변 구성원과 고향마을 구성원의 변화를 비교해 오면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농촌 사람 시각에서는 새로 들어온 귀농․귀촌인이 느닷없이 중장비를 동원해 땅을 돋우거나 산허리에 집을 짓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농촌사람은 자연환경이 극복이나 지배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적응과 조화해야 한다는 것이 오랜 세월을 통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농촌과 도시의 특성.pptx.jpg 도시민의 귀농은 사회적 이민. 사회적 특성과 차이 잘 이해해야


문 : 농민들은 왜 스스로의 노력으로 시장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가?

답 : 2015년 12월 현재 산지 쌀값은 80kg당 약 148,000원이다. 한편 통계청의 2014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1kg으로 금액으로 보면 산지 쌀값 기준 120,435원이다. 마찬가지로 2014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kg당 쌀 생산비는 26,861원이므로 65.1kg의 생산비는 87,433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농가는 한 사람의 1년 먹을 쌀을 제공하고 손에 쥐는 것은 33,000원에 불과하다.

오인하3-t.jpg 누군가의 1년 식량을 제공한 대가로 얻은 금액이 가족들의 1일 식료품 값에 그쳐 (사진제공 오인하)

왜 농민은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을 쌀을 제공한 대가로 식구들 하루 식비밖에 해결하지 못하는가? 농업인이 게으르거나 경영을 잘 못한 결과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다. 농촌은 쌀뿐만이 아니고 거의 대부분의 농산물에서 이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50%에 불과한데도 농산물이 남아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산품을 팔기 위해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산업화의 짙은 그늘이 농촌에 드리워져 있다고 생각한다.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면 뒤틀리고 꼬이지 않을 수 없다. 짧은 경험을 한 선배 귀농인들이 어느새 농업인의 입장이 되어 이같이 말하고 있기도 하다.

농산물가격 하락.jpg 농지가격 및 생산비는 증가하고 수입개방에 의해 농산물 가격은 하락


문 : 하지만 보편타당한 상식과 가치는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아닌가?

답 : 물론이다. 하지만 농촌은 농촌의 형편과 입장 그리고 관습이라는 생태계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산을 오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나 내려섰을 때 바위에 낀 이끼에 미끄러워 넘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끼를 죄다 등산화로 뭉개려 해서는 안 된다. 이끼가 있는 곳에 내가 온 것이지,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이끼가 생긴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귀농․귀촌은 기본적으로 내가 그들이 살고 있는 생태계를 찾아 간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그곳의 생태계를 존중하며 모순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며 바꾸어 갈 일이다.

정갑수14.jpg 누군가의 생태계에 찾아온 것이라면 일단은 조심스럽고 겸손해야 한다 (사진제공 정갑수)

기본적으로는 마을을 바꾸겠다고 나서지 말고 우선 마을에 적응하며 마을 사람들과 바라보는 방향을 같이해야 한다. 현재 서로 바라보는 방향을 못 맞추고 기존 주민 對 전입주민 간 갈등과 반목이 정도를 넘어선 곳도 있고, 마을에 새로 들어온 귀농․귀촌인들이 멀리 사는 자식보다 낫다고 손뼉을 치는 마을도 있다. 행복한 농촌생활의 첫걸음은 농촌의 짙은 그늘 밑을 그들과 함께 손잡고 걸어가겠다고 하는 이해와 존중의 마음에서부터 시작이다.

KakaoTalk_20160101_151716615.jpg 지역내 어르신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예천군 귀농인회 (사진제공 예천군 귀농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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