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밀어붙일수록 마음 닫아 갈등으로 이어져
농촌생활의 가치·도농간 문화차이 먼저 이해시켜야
배우자 시골살이 관심 있는지 살피고
자녀 농산어촌 체험행사에 참여 유도
생활기반이 송두리째 바뀌다시피 하는 시골생활로의 전환에 가족들이 흔쾌히 동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은 가족과 함께해야 포기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조사 대상자의 약 40%는 귀농·귀촌 이후에 부부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귀농·귀촌에서 가족의 동의가 우선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문 : 망설이는 배우자의 지지를 얻으려면?
답:먼저 배우자가 시골생활에 관심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배우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무작정 밀어붙일수록 상대방은 귀농에 대해 더욱 마음을 닫아버려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귀농 4년차인 한영훈씨(58·가명)는 처음에는 아내의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내가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한씨는 2년여에 걸쳐 혼자 차분하게 준비하며 적합한 지역과 소득원, 그리고 살 집의 형태 등에 대해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가끔씩 농촌생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그중 장류 가공을 하는 교육농장 방문이 아내가 귀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아내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자 한씨는 그동안 준비해 온 자신의 계획을 자세히 설명하며, 귀농 후 합리적인 농업 분업과 협력을 약속했다.
겨울을 춥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시원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시골살이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가족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농업과 농촌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서로 공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 : 배우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두집 살림도 괜찮을까?
답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재만씨(50·가명)는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자신이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면 언젠가는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하고 우선 혼자 귀농해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시골 농사일에는 여성들의 역할이 많기도 하거니와 부녀회 등의 인맥이나 정보에서 소외되다 보니 여간해서 일손을 구하기도 어렵고 불편한 것이 많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가족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얼마 전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난감한 상태라고.
천천히 살자고 귀농하면서 서두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족들의 동의는 필수다. 다만 가족들이 귀농에 동의하지만 사정상 주도자가 먼저 귀농해 기반을 마련한 뒤 가족이 합류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귀농 후 3년 정도는 소득이 거의 없으므로 가족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면 단계별로 연착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 : 시골을 싫어하는 자녀 설득 방법은?
답 : 아이들에게야말로 느닷없는 시골 이주는 문화적 충격일 수 있다. 아이가 어리다면 2~3년 전부터 농촌캠프나 다양한 농산어촌 체험마을 행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아이들은 몇차례의 그런 경험을 통해 농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기도 한다. 요즘은 농산어촌 대안학교에서도 일정 기간의 농촌캠프 참여를 신청자격으로 두는 곳들이 있다.
아이들 역시 시골생활에 관심을 갖고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여야 잘 정착할 수 있다.
채상헌 교수 [천안연암대학 친환경원예과 교수/시골살이궁리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