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38선휴게소에서
창은 회색 바다
비 오고 바람 분다
내가 알던 사람들 어느새
각자의 파도 속에 숨어
문을 걸어 잠그고
이제 곧 소문없이
가슴에 달고 산 불도 끄겠지
어디로 가고 있더라
혼자인 날에도 비는 내렸다
빗살 무늬 따라 사선으로 서성이다
모래밭서 흐려지는 바닷길
이제 떠나야 하는데
머릿속은 숨 멎은 내비게이션
차츰 어두워지고
종이컵에 남은 커피가
갯바람에 식어 빈혈이다
빨대를 꽂아 수혈을 하고도
나는 어디쯤서 아팠던가
이젠 떠날 수 없을 만큼만 아파
파도 옆에서
비나 맞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