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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ug 14. 2024

"집 같은 집은 가라!"

아파트 같은 공간의 시골집에 대한 의심

“정말 집이 필요한가?”


시골서 살며 가끔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

    

물론 편안하게 살 공간은 필요하다. 그 공간을 집이라 한다면 당연히 집이 필요하다. 누구나에게 그렇다. 특히 나이 들어서는 편히 살아야 할 나만의 공간, 나만의 집은 꼭 필요하다.


정말 필요한가 하는 의문의 집은 초점이 좀 다르다. 도시에 살던 아파트 같은 공간, 흔히 시골에서 보는 전원주택과 같은 집이 누구에게나 정말 필요한가를 묻는 거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이 있고, 한쪽에는 주방이 있고 안방이 있고 작은 방이 있는 집 말이다. 전원주택이라고 짓는 집들도 대부분 그렇다. 현관을 열면 거실이 있고 주방이 있고 안방이 있고 작은 방이 있고 주방이 있고 화장실이 있다. 아파트와 같은 구조다. 2층집이라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방이 있고 화장실이 있다.

     

물론 다른 구조의 집도 있다. 공간 구성이 특이한 집들도 많다. 돈을 많이 들여 골조나 마감을 다르게 한 집들도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 전원주택이라 하여 짓는 대부분의 집들은 고만고만하다. 공간의 크기나 위치 심지어 창의 위치와 크기도 비슷하다. 각자 공간의 기능도 같다.

     

내가 편안하게,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공간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지금까지 익숙하게 살았던 집이 최고로 여기기 때문일 거다. 다른 공간 형식은 아예 생각하지 않거나 못 한다. 아파트 구조에 익숙한 탓이다.

     

현관에 신발을 벗고 거실을 거쳐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안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시골서 살다 보면 그런 집이 불편할 때도 많다. 아파트 같은 집, 그런 집리 불편하고, 필요 없을 공간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것이 “꼭 이런 집이 필요할까?”다.





귀촌해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시 집을 짓는다면 집으로 짓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집이 나만의 작업실이고 창고고 공방이며 갤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카페 손님으로 오는 사람 중에는 집을 카페처럼 짓고 살면 좋겠다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을 하다, 독서를 하다, 멍을 때리다 친구가 찾아온다. 굳이 주방에 가 커피를 타고 식탁으로 불러들일 필요 없이, 내가 작업하고 일하고 또는 책을 읽고 생각을 하던 자리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고 웃고 수다를 떤다.


내 프라이버시가 잠드는 방 하나만 그 뒤쪽에 숨겨놓는다. 거기까지 친구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이런 집이라면 굳이 현관에 신발을 벗고 주방에서 커피를 타 식탁에 앉을 필요가 없다.

     

거실과 주방이 바로 나의 작업실이 되고 공방이 되고 창고가 된다. 간이침대를 놓고 낮잠도 잔다.


아예 영업허가를 받아 카페를 한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팔아 용돈도 벌고, 안 오면 내가 즐기고 쓰는 나의 전용 카페다. 친구가 오면 수다방이 된다. 그렇게 시작한 카페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 돈도 벌 수 있다.

 




시골에서 집은 내가 놀고 잠자는 공간이다. 거기에서 일도 한다. 꼭 아파트 같은 구조의 집이 아니라도 되고, 아닌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창고가 됐든 축사든 카페든 일하기 편하고 사용하기 편하고 또 맘 편한 공간이면 된다. 그래서 “집이 꼭 필요한가?”란 질문을 한다.

     

경치 좋고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살겠다며 시골로 귀촌한 사람들 중 많이는 "심심해 못 살겠다!"라고 한다.


그렇다면 집에 대한 생각부터 바꾸어 보라. 살았던 공간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보라. 안방과 거실, 주방에 대한 생각도 바꾸어 보라.


귀촌해 심심하지 않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보일 게다. 어쩌면 돈 벌며 살 길이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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