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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ug 15. 2024

웰리스 산업 뜨며 '치유농업'에 관심

귀농귀촌 계획한다면 치유농장 만들어 보는 것도 추천

2000년대 들어서며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됐다. 웰빙바람도 불었다. 농촌은 새로운 관광 수요에 노출됐다.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생활 등을 즐기려는 녹색관광 바람이 불었다. 이른바 그린투어리즘이다. 이때 붐을 일으킨 것이 펜션이다.


펜션은 제도권 내에서는 민박사업이다. 기존 민박집은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도시민에게 지저분하고 불편한 공간이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전원주택 형태의 민박집이 생겨 펜션이란 간판을 달고 영업했다. 도시에서 귀농하거나 귀촌한 자들이 문화를 주도했다.


원주민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고 정부에서는 지원에 나섰다. 전국적으로 많은 체험관광농장들이 만들어지고 체험관광마을·체험휴양마을 등도 생겨났다. 정부 지원을 받은 마을 단위의 펜션들도 지어졌다. 의욕은 앞섰지만 운영이 쉽지 않아 관리비도 못 벌고 방치하는 곳들이 속출했다. 마을로 귀촌해 펜션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졸지에 손님을 놓고 마을 주민들과 경쟁하며 눈치를 봤다.


펜션처럼 농촌 공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콘텐츠로 무장하려는 시도는 많았다. 지금도 하고 있다. 체험관광이 그랬고 교육농장도 있다. 펜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부정책차원에서 지원사업형태로 진행됐다. 대부분 농촌사업들은 그렇다.





최근에는 ‘치유농업’이란 키워드가 뜨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웰니스(Wellness) 트렌드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치유농업이란 다양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자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농촌주민들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사업 꼭지로 치유농업을 띄우는 분위기다. 치유농장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이들 농장들은 치유 프로그램보다 농업 활동, 농촌 생활 맞추어져 있다. 어쩔 수 없는 한계다. 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콘텐츠는 없고, 만들어 운영할 능력도 부족하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치유농장이란 곳들도 이름만 있지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없다.

     

귀촌해 카페를 운영하는 K씨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정원에서 명상을 겸한 체험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거대한 농장보다는 작은 정원에서 명상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이다. 농업활동이 주가 아닌 치유활동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옆 마을 이장을 만났는데 지자체의 치유농업 교육을 받았다며 자랑했다. 그는 지원을 받아 자신의 마을을 체험휴양마을에서 치유마을로 간판갈이를 하고 싶은 눈치였다. K씨는 “체험마을에 프로그램 몇 개 넣는다고 치유마을이 될 수 없을 텐데…” 하는 걱정과, 벌여만 놓고 운영이 안돼 이미지만 버리는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웃 마을과 경쟁하다 이미지만 해치고 흐지부지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마을 펜션들이 정부지원을 받아 짓고 의욕적으로 시작은 했지만 대부분 흐지부지 문 닫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은퇴자들이 늘며 농촌에는 많은 전원주택들이 지어졌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최근 몇 년 사이 이전의 귀농·귀촌 형태와는 달리,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사는 ‘멀티 해비테이션’ 인구가 늘었다. 주말주택을 짓고 농촌과 도시를 오가며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이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이유가 할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해할 일을 찾고 있다면 치유농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능력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프로그램만 좋고 운영 능력만 있다면 스스로 즐겁게 꾸민 정원이나 텃밭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강한 삶도 함께 챙길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농업이란 주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대부분 농업에 집중하다 힘들어진다. 규모도 있어야 하고 자금도 투자해야 한다. 당연히 노동에 지친다. 프로그램만 좋으면 농업과 농촌은 이미 만들어진 주변의 것들을 이용할 수 있다. 농촌의 자원들과 어울리는 치유프로그램 소재들도 많다.


한때 유행했던 펜션이 그랬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할 일이 있고 소득이 생겼기 때문에 귀촌자들이 몰렸다. 각자의 개성으로 오밀조밀하게 꾸민 펜션들은 운영하는 보람도 있었고 여행하는 재미도 줬다. 개발업자들이 달려들어 집단화하고, 주민 소득을 올린다는 과욕으로 마을 형태로 전환하며 죽도 밥도 아닌 숙박집으로 전락했지만 말이다.


덩치만 확대한 집단화나 마을 규모로 키운 치유농장이 아닌, 귀농 귀촌한 개인들이 꾸민 작고 개성 있는 치유농장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정책 지원 방향도 그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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