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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ug 17. 2024

"부모님 집 고쳐 써야겠어요!"

내 마당에 내 집이라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휴가철도 끝나가고 있다. 올해는 피서객들도 많이 줄었다. 너무 더워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이 어려운가 보다. 이맘때 면소재지 마트에 가면, 물건을 사러 온 휴가객들 때문에 긴 줄을 서야 했는데, 올해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휴가 때면 마을에 있는 집들 마당에 좋은 차들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당에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느라 연기가 피고 왁자지껄한 집들도 있다. 아이들도 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인 한 두 분만 살던 적막강산 집도 도시에서 휴가를 맞아 온 아들딸 가족들로 분주하다.

     

부모님이 살고 있는 시골집을 찾아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 중에는, 집이 불편해 고치는 경우도 많다. 오래된 시골집은 대부분 작다. 단열도 잘 안 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주방 화장실 욕실 등도 사용하기 불편하다.


자식들이 이런 부모집을 고치는 이유는 부모님이 편안하게 사시고, 이따금 갔을 때 편하게 쉬다 올 생각에서다.

     

며칠 전 공무원으로 퇴직한 친구가 전화해 이동식주택 하나 구해 달란다. 이유를 물었더니 나이 든 장모님이 혼자 시골에 사시는데 집이 너무 낡아 수리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마당에 이동식주택을 놓고 쓰시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피서 겸 장모님을 찾아갔는데 자신들도 너무 불편했다는 이유다.


"몇 번 고쳐 쓰고는 있는데 계속 돈만 들어가고 문제는 계속 생기고! 그래서 마당에 집을 하나 가져다 놓고 쓰려고! 요즘 이동식주택들 잘 나오던데!"


말은 쉽지만 실제 해보면 말처럼 쉽지 않다. 내 생각대로 안된다. 집 가져다 놓는 것이야 쉽지만 거기에 따라가는 공사가 많다. 바닥 기초부터 물, 전기, 정화조 등 기반시설도 해야 한다. 내 집이라고 맘대로 고치고 넓힐 수 없다. 마당이 넓다고 이것저것 붙여 놓고 갖다 놓을 수도 없다. 다 법에서 정한 대로 해야 한다. 새로 신고를 하거나 허가를 받으려면 기존에 있는 집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대부분의 오래된 집들은 불법으로 증개축된 부분이 많다. 불법적인 요소들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새롭게 만드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손을 못 대거나 고친다 해도 기존 사용하던 그대로 두고 최소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고쳐 쓴다.





기존에 있는 시골집을 새롭게 만들어 쓰는 방법들을 하나씩 정리해 본다.


첫째는 시골에 있는 집을 그대로 두고 수리하는 방법이다. 옛집을 생활하기 편하게만 고치는 거다.

     

우선 평면부터 손을 댄다. 거실을 확장하거나 주방과 욕실을 현대식으로 고친다. 벽을 헐어야 한다면 하중에 신경 써야 한다. 건물을 지탱하는 벽이라면 헐었을 때 무너질 수 있다. 허가를 받아해야 하는 수도 있다.

     

주방과 욕실을 손본다면 물과, 전기 등도 새로 설치해야 하고 배수도 해야 한다. 간단하지 않고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 옛날 집은 대부분 단열에 문제가 많다. 벽과 지붕, 창 등의 단열을 보완하게 되는데 공사 범위가 커진다. 공사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집 자체가 추가 단열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물론 비용 생각 않고 한다면야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럴 바에는 새로 짓는 것이 낫다. 찔끔찔끔 고쳐봐야 돈만 들어가고 생색도 나지 않고 효과도 없다.


가장 간단하게는 수리하는 방법으로 난방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이다. 관리하기 편하고 연료비가 적게 드는 것을 찾는다. 집의 단열에 문제가 있다면 난방 시스템만 바꾸어 근본적으로 따뜻한 집을 만들 수는 없지만 방바닥은 얼마든지 따뜻하게 살 수 있다. 전기필름이나 전기패널, 건식온수패널, 탄소온돌보드 등 리모델링에 적합한 난방시스템들이 많아 선택의 폭도 넓다.

     

기존 집의 구조나 층수, 면적의 변경 없이 내부만 고치면 건축법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요 구조를 바꾸거나, 외부 공간이 추가 돼 면적이 늘거나, 추녀의 길이가 길어져 지붕 면적이 달라졌을 때는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 잘 고쳐놓고 나중에 철거해야 할 수도 있다.


주요 구조부가 바뀌거나 면적이 늘고 집 모양이 바뀌는 것은 건축신고나 허가 후 고쳐야 한다.     


둘째는 기존의 집 마당이 넓으면 집을 붙여 면적을 늘리거나, 별채를 하나 더 지어 본채와 같이 쓰는 경우도 있다.


이때 증축으로 건축신고를 해야 한다. 기존 집에 붙여 면적을 넓히거나, 같은 대지 안에서 집을 하나 더 짓는 것은 신축이 아니라 증축이다. 한 대지 안에 한 동의 집을 더 짓는다 하여 2주택이 되는 것이 아니라 1주택이고 동수만 늘어난다.

 

면적을 마음대로 증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폐율과 용적률이 정한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 마당이 아무리 넓어도 건폐율이 남아 있어야 한다. 시골집에는 큰 의미는 없지만 2층이나 3층 등 층수를 올릴 때는 용적률과 관계가 있다.


증축도 도면을 작성해 건축신고를 해야 한다. 미리 건축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셋째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 옛집은 그대로 두고 옆에 새로 집을 짓는 방법이 있다.


새로 집 지을 토지의 지목이 대지라면 건축신고 후 집을 지으면 된다. 하지만 대지가 아니고 농지(논이나 밭, 과수원 등)이거나 산지(임야)와 같이 대지가 아닌 경우에는 개발행위허가 농지(산지)전용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 용도지역, 도로, 규제사항 등의 기준에 따라 택지 개발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기존에 집이 있으면서, 다른 토지에 새로 집을 지었다면 2주택 문제도 따져 봐야 한다. 주택수에 따라 양도세 등 세금에 문제가 생긴다.


농어촌주택, 귀농주택 등이면 2주택이 돼도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 된다.


넷째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 기존의 집을 헐고 새로 짓는 방법이다.


개축이라고 하는데, 주인의 의도에 따라 집을 헐어내고 같은 규모의 집을 새로 짓는 것이다. 만약 똑같은 층수와 면적의 집이 아니라면, 새로 집을 짓는 신축이거나 면적을 늘려 짓는 증축에 해당한다.


기존의 집을 없애려면 멸실신고를 한 후에 해야 한다. 개축하려면 따로 도면을 만들어 건축신고를 해야 한다.


기존 주택으로 생활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새로 개축이나 신축하려다 보니 부지에 문제가 있어 건축신고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로가 없는 경우다.     


기존 집은 맹지(도로 없는 땅)라도 이미 준공이 난 건물이라 별문제 없이 살았는데, 새로 집을 지으려 하면 도로가 없어 건축이 불가능하다.


기존의 집이 천재지변 즉 홍수나 태풍 등으로 유실되거나 파손되었을 때 새로 짓는 경우에는 재축이라 한다. 이때도 똑같이 건축신고를 해야 한다.     


같은 부지에 주인 의도대로 혹은 천재지변 등으로 낡은 집을 헐고 새로 집을 지을 때도 신축과 똑같이 건축신고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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