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 좋고 서류적으로 문제없고 주변 평판 좋고
인물 훤칠하고 말 잘하고 글솜씨도 좋고 판단이 분명한 사람을 보면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좋다고 한다. 신언서판은 중국 당나라 시대 관리등용할 때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후 인물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는 물론 현재도 학교나 기업의 인재상 모델로 활용되기도 한다.
'신(身)'은 용모다. 용모단정이란 말이 있다. 단정한 외모를 말한다.
'언(言)'은 말솜씨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는 말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
'서(書)'는 글이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잘 표현해야 한다.
'판(判)'은 판단력이다. 사안에 따라 올바르고 분명한 사리판단을 해야 한다.
시골서 살겠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좋은 땅을 찾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것이 좋은 땅이고, 좋은 터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답은 없다. 어떤 성향의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그 터를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집터를 찾을 때 어떤 것을 보아야 할지 막연하다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처럼 '신언서판'을 보면 좋다. 기본적인 것들은 파악할 수 있다.
땅에서 '신'은 땅의 외형적인 모양과 환경에 해당한다. 집터는 우선 생긴 모양과 주변환경이 좋아야 한다.
땅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세모꼴도 있고 마름모꼴도 있다. 앞이 훤하게 트여 신수가 훤한 모습의 땅이 있는가 하면 산으로 꽉 막혀서 답답한 모습을 한 것도 있다.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겠지만 집터라면 앞뒤로 긴 장방형인 높은 터가 좋다. 그래야 뒤로 물려 집을 앉히고 앞으로 마당을 배치하기 좋고 전망도 나온다. 만약 세모꼴처럼 뾰족한 땅이라면 써먹기 쉽지 않을 것이다.
땅을 볼 때 ‘언’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 평판이다. 땅에 대한 주변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하는 지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
지역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땅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다. 겨울에 춥지는 않은지, 폭우가 내리면 사태 등으로 위험한 곳은 아닌지도 들어볼 수도 있다. 물길이었던 땅이라면 비가 많이 왔을 때 수해를 걱정해야 한다. 최근에 매립 한 땅이라면 묵혔다 집을 지어야 좋다. 지하수 관정을 한다면 수맥이 없어 물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도 들을 수 있다. 집짓기 공사를 할 때 이웃과 다툼은 없을지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좋아서 샀는데 나중에 들어보면 상엿집이 있던 자리라든가 묘지가 있었다는 등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곳도 있다. 딱히 나쁜 일이 없더라도 살면서 계속 찜찜할 것이다.
땅에서 ‘서’에 해당하는 것은 각종 서류다. 토지를 구할 때는 서류적으로 검토할 것이 많다.
지적도는 땅 모양과 인접 토지와의 관계를 알 수 있다. 토지대장은 소재지와 지목, 평수, 공시가 등의 기준이 되는 서류다. 집이 있어 당연히 지목이 대지로 여겨 샀는데 대지가 아닌 땅도 많다. 이런 것들은 토지대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은 소유자와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는 어떤 건물을 얼마 크기로 지을 수 있는지 따질 때 중요한 용도지역 확인이 가능하고 규제사항들을 알 수 있다. 건물이 있다면 건축물대장이 있다. 없다면 무허가다. 건축물대장에는 소유자, 면적, 구조, 준공연월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토지주와 건물주가 같아야 하는데 다를 수도 있다. 서류적으로 같아야 한다.
마지막 ‘판’은 잘 판단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찾던 것에 합당한 지, 가격은 맞는지 등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확인한 서류나 주변으로 들은 얘기들이 정확한 정보인지를 우선 판단해야 한다. 잘 못 된 정보를 믿고 결정할 수도 있다.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땅인지부터 인허가를 받는 데 문제가 없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문제없는 땅이라 해 샀는데 건축을 위해 허가를 받으려면 말과 다를 수도 있다. 합당한 가격인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다. 이런 것들을 잘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서두르지도 머뭇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서두르면 당하고 머뭇거리면 놓치는 것이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