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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ug 19. 2024

구절초 심은 뜻은?

나물로 먹고 화초로 보고 차로 마시고

가을꽃 구절초가 꽃망울을 맺고 있다. 차츰 마당을 하얀 꽃밭으로 바꾸어 놓을 거다.

     

5월 단오에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음력 9월 9일이 되면 아홉 마디(九節)가 되기 때문에 구절초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줄기에 아홉 마디의 모서리가 있어 그리 부른다고도 한다.

     

번식력이 좋아 쉽게 기를 수 있다. 땅에 꽂아만 놓으면 잘 자라고 꽃이 핀다. 종류도 몇 가지 되는데 꽃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자리를 가리는 종도 있지만, 흔히 대하는 구절초는 생명력이 왕성해 옆에 있는 식물들의 자리도 순식간에 차지한다.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그렇다 하여 자태가 천하지도 않다. 꽃 하나하나 보면 고고하고 순결하며 우아하다. 무리 지어 피면 화려하다.

     

구절초는 정원의 관상 조경용으로도 좋지만 식용이나 약용으로도 쓰임이 많다. 봄철 어린싹은 나물로 먹는다. 민간에서는 장기간 복용하면 자궁이 약한 여자들에게 좋다 하여 줄기를 잘라 환약 또는 엿을 고아 먹었다. 생리가 정상으로 유지돼 임신에 도움을 주는 약재로 쓰였다. 그 외에도 해열, 기침, 감기, 고혈압 치료 등에 효능이 있다.


국화과라 꽃에서는 국화향이 난다. 잎과 꽃을 따 말려 차로 마시면 쑥차나 국화차와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꽃을 깨끗하게 씻어 말린 후 베갯속으로 사용해도 좋다.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잎에는 세균번식을 억제하는 방향물질이 있어 음식 부패를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마당에 구절초를 많이 심는 이유는 꽃 보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 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기르기도 쉽고 꽃도 예쁘고 가을에 따서 말려 카페에서 구절초꽃차로 판매도 한다.

     

구절초 말고도 텃밭 채소로 기르는 부추나 쑥갓, 달래, 곤드레 등도 꽃이 예쁘다. 삼잎국화나 허브 종류들도 심어 채소나 나물로 먹다 보면 남은 줄기에서 어느 순간 꽃이 핀다. 채소밭이 꽃밭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매콤한 맛을 내는 식용꽃 한련화는 동글동글하게 생긴 잎사귀도 예쁘지만 꽃색이 다양하고 화려하다. 정원에 기르다 잎과 꽃을 따 여름음료에 띄우거나 비빔밥이나 냉면 위에 얹으면 푸르고 화려한 밥상이 된다.

      

이렇게 관상용도 되고 식용도 되는 채소나 식물, 화초 등을 정원에 심어 가꾸면 텃밭정원, 식용정원이 된다. 좀 더 나가면 수익형 정원도 된다. 요즘 농업의 새로운 트랜드로 관심을 끄는 치유농장, 치유정원이 될 수도 있다.

     

정원서 기르는 채소와 과일, 화초가 평소에는 관상용이다. 그것들을 요리해 식탁에 올리면 식용이 된다. 정원이 텃밭이 되고, 정원에 심은 채소나 야채 등을 식탁에 올린다는 개념이 바로 ‘텃밭정원’ ‘채소정원’이고 ‘Farm to Table’ ‘Garden to kitchen’이다. 거기에 치유정원이 하나 더 늘었다.





전원생활의 로망은 아름다운 집과 정원이다. 정원을 대표하는 식물은 단연 잔디다. 잔디밭 중간중간 기형적으로 생긴 소나무를 심고 돌담을 쌓아 영산홍이나 비비추 등을 꽂아 놓으면 누가 봐도 그럴듯한 정원이 된다. 대부분 그렇게 꾸민다.

      

전원주택이라 하면 이러이러한 나무들, 화초들로 보기 쫗게 꾸며 다듬어 놓은 정원이 있는 집을 떠올린다. 잔디밭이 있고 그 위에 파라솔을 펼치고 아침저녁 물을 주고 잔디 깎는 기계를 밀고 다니는 것은 한 폭의 전원생활 풍경이다. 지금도 전원주택을 지으면 정원에 의례히 잔디를 심는다.

     

하지만 보기에만 좋은 잔디나 나무, 화초 대신,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것들을 심어 보면 어떨까?


이렇게 생각하면 따로 농장이 필요 없다. 텃밭도 필요 없다. 마당의 좁은 공간이나 옥상을 텃밭으로 만들 수 있다. 도시농업이고 옥상텃밭이다.

      

이런 트렌드가 상업적으로 확대돼 텃밭정원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식탁에 공급하는 식당들도 늘고 있다. 양질의 신선한 식재료는 음식의 품질과 맛을 좌우한다. 그래서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정원 겸 텃밭을 만드는 식당이 많다고 한다. 이런 트렌드를 외국에서는 ‘레스토랑 정원’이라 부른다 한다. 수익형 정원인 셈이다.

     




구절초 얘기를 하다 엉뚱한 곳으로 샜다. 구절초가 피면 계절은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든다.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 해 주고, 또 한해도 몇 달 안 남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꽃이다. 한 해란 시간을 어찌 살았나를 돌아보게 한다.


구절초를 심어 가꾸다 보면 번식력에 놀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집이 구절초 꽃밭으로 변한다. 그런 번식력 때문에 심었다 기겁하고 뽑아 버리는 사람들도 다. 다른 화초들 자리까지 다 차지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으른 정원사에게는 좋다. 크게 신경 써 가꾸지 않아도 잘 자란다. 내가 정원에서 구절초를 쉽게 가꾸는 이유다.


가을이면 예쁜 꽃도 볼 수 있고 집의 정원 분위기도 살릴 있고 차를 만들어 마시고 팔 수도 있다. 구절초 심은 뜻이다.


그런데 너무 번진다. 내년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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