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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래 Aug 13. 2024

아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즐기는 사람

돈도 안 되는 개고생을 왜 해? 좋으니까!

도시서 온 사람들이 집과 마당을 둘러보며 “예뻐요!"라며 말을 붙인다. 개중에는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라고 말하는 목가적 낭만파도 있다. “이것들 관리하려면 얼마나 힘든데”라는 현실파도 있다. 비관적인 사람들은 “내가 어릴 적에 시골서 농사를 지어봐서 아는데 이거 개고생이야!”로 시골생활 꿈을 아예 뭉개버린다.


작업복 차림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마당서 일하다 흙투성이로 손님을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이따금 들르는 친척이나 친구들 중에는 “그 고생을 왜 사서 해!"라며 측은히 여기는 이도 있다. 고생한다 여기고 불쌍하단 생각이 드는가 보다.


공구를 들고 사다리 놓고 지붕 위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집을 고치고,  땡볕에 풀 뽑고 화단을 가꾸는 일, 텃밭 농사짓는 것 등 만만치 않다.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게 바로 ‘시골 체질’이고 ‘전원생활 체질’이다. 체질에 맞아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다 보면 힘은 들지만 즐겁고 행복하다. 고장 났던 것들 하나하나 고치고 완성하다 보면 성취감도 느낀다. 마약이다.





그걸 지켜보는 누구는 묻는다. 

"돈은 돼?" 

답한다. 

"안 되지!"

또 묻는다.

"그걸 왜 해?"

답한다.

"좋아서!"


시골에 살면 농사짓고 사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시골서 할 일이 그것밖에 더 있겠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귀촌해 살면 마당에 풀 뽑고 텃밭에 농사짓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것으로 알지만 할 일이 참 많다. 심심할 틈이 없다.


좋은 이웃들과 어울려 수다도 떨어야 한다. 마을 행사나 축제들도 많아 참여하려 들면 한도 끝도 없다. 면사무소나 농업기술센터 등의 기관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무료이거나 적은 비용으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것들만 쫓아다녀도 바쁘다. 


물론 체질에 맞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도시서 바빴던 일상을 접고 혼자만의 외로움을 즐기려 귀촌 한 사람들은 이런 주변의 분주함이 싫어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사는 경우도 많다. 그것도 시골생활이고 또 체질에 맞아야 한다. 외로움 또한 즐거움이고 마약이다.




논어에 ‘지지자 불여 호지자, 호지자 불여 낙지자(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란 말이 있다. ‘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란 뜻으로,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좋아하면 오래 잘할 수 있다.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즐기는 거다. 내가 즐거이 하는 것이 곧 삶의 질을 높여 사는 것이고 결국엔 성공하게 된다.


이따금 내가 사는 곳을 들르는 사람들은 귀농 귀촌이 어떻고 전원생활, 전원주택 등에 대해 ‘아는 사람들(知之者)’이 많다. 여기저기 교육도 받고 관련 책들도 빠짐없이 사 공부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쉽게 시골생활을 할 수 없다. 많이 알기 때문에 걱정 또한 많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잘 가꾸어 놓은 마당을 보면서 나도 이런 것 해보고 싶고 이렇게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好之者)’이다. 좋아는 해도 막상 시작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금방 지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 내 마당에서 삽질해 나무를 심고 호미를 들고 풀을 뽑으며 즐거워하는 사람이 바로 ‘즐기는 사람(樂之者)’이다. 즐겁게 전원생활을 하며 스스로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결국에 무엇인가 자기의 삶을 이루는 사람이다.     


어떤 일이든 체질에 맞아야 즐겁게 잘할 수 있다. 즐거우면 하지 말라며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며 말려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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