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엔
꼿꼿이 선 햇살이
나무와 나무 가지와 가지 사이로
비수처럼 날아온다는 것을
오래도록 산에 살며 알았다
선잠을 깬 몽롱한 정수리들은
비수의 햇살에 부서져
유리알 같은 파편이 튀고
다시 살아야지
지난 절망의 경련들은
아침볕에 벼린 속뼈의 송곳으로 깨워
더 이상 악물 수 없이 닳은 이빨을 갈아
가지런히 날을 세운다
그래도 주저앉기만 하는
관절의 사타구니를 찬물로 씻으며
늘어진 눈알의 가늠쇠를 당긴다
밤새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 그립지도 않았고
나무와 가지 사이를 뚫고 오는
무수한 살을 맞으며
그대 사는 방향으로 살러 나간다
이제 내가 사는 쪽은
마침내 또 마침내 닿을 수 없는
그대의 방향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