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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청하' 한잔

by 김경래

이른 봄날


그대

서둘러 다녀갔나 봅니다.

문밖에 몰래 두고 간 청하에

봄볕이 가득 고였네요.


오랜 황사에 천식을 앓던 보랏빛 입술을 열고

유리잔 가득 따릅니다.

맑은 시냇물 소리가 나요.


겨울 사랑을 끝낸 흰 날개 물새가 신혼집을 짓느라

시냇가 버드나무 가지 끝을 수시로 흔드네요.

버들개지가 핍니다.


얼었던 송사리 떼 비늘마다

새 날개가 돋아 모두 하늘로 가는 아우성이에요.


청하 한 잔에 시냇물처럼 밝아진 눈에는

남도의 섬진강변 산마을 돌담길 따라

노랗게 산수유 피는 소리들만 자욱하고


이제 떠날 일만 남았어요.


꽃구경 갈 일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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