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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모종 하다

by 김경래

문둥이 산다는 동산에

참꽃 붉게 피던 봄날

햇애기 간 내어 먹어

손톱만 붉다는 문둥이 몰래

발목까지 하얀 까치발로

숨죽여 훔치던 참꽃


오랜 비밀이라며

꽃 같은 속말을 하고

파랗게 물들어 떨던

그 아이 입술은 여린 참꽃


봄비 그치고도 봄볕은 좋아

봄꽃과 마주 앉으니

꽃잎마다 맺히는

그리운 사람이 있어


다시 그리워지거나

그리워져 또 그립거나


오늘 꽃모종은

봄볕 때문에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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