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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이야기: 마음이 닿는 기술을 만들기까지 (1)

by 시공간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닿는 건 아닙니다.

특히 시각 중심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환경은 시각장애인에게 여전히 높은 장벽이 되곤 합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어렵고 복잡한 도전이 되지 않도록 — 그 장벽을 허무는 일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공간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모인 팀입니다. 우리는 함께 일하며, 기술을 다루는 손끝에도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걸 배우고, 일상이 다르게 작동하는 세상에서 모두가 동등하게 디지털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공간 팀원들이 함께 일하는 과정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고민과 성장의 시간을 겪고 있는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기술 너머의 마음,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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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사람들

시공간의 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향상’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역할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비스를 만들고, 기획하고, 사람들과 연결되고 있어요. 현재 시공간의 팀원들이 맡고 있는 역할은 다음과 같아요.

[한비]

25년 7월까지 대표와 PM으로서 전반적인 시공간의 운영과 회계, 프로덕트 관리를 도맡았습니다. 늘 시공간의 현상황을 조명하고 나아갈 방향성을 확립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였으며, 팀원들과 함께 지속적인 시공간의 발전을 만들어나가고자 했습니다.

[훈기]

시공간의 픽포미 서비스 PO를 맡아 픽포미 서비스의 기획, 개발, 홍보 등 전반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개발 PM을 맡아 AI 서버 관련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원] 시공간의 에이택 서비스 PO로서 B2B, B2G 셀링을 주도하고, 콘텐츠 TF장으로 시공간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고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서연]

시공간에서 소리앨범 서비스 PO를 맡아 서비스 업데이트 기획, 디자인 관리, 개발 및 홍보 등 서비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힘써왔습니다. 지금은 시공간의 PM을 맡게 되어 시공간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팀원 관리 및 시공간 일정 관련 전반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나현]

가장 최근에 합류해 픽포미의 기획과 홍보를 맡고 있으며, 시공간 내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운영 전반을 함께 고민하고 여러 실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뜻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기술을 다루는 팀이지만,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시공간은 따뜻한 태도와 포용적인 분위기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그러한 문화 자체도 배움의 요소가 되곤 해요.

[훈기]

시공간은 IT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을 운영하는 팀이라 이성적이고 냉철한 분위기이지 않을까 처음 팀에 합류하기 전에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시공간은 팀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따뜻한 분위기와 포용하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엄밀한 검증보다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시공간체’라는 시공간의 말투가 있는데, ~~해요, ~~요 와 같은 부드러운 느낌의 말투입니다. 처음 시공간에 들어와서 이 말투에 익숙해지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시공간은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냉철해야 할 때는 누구보다도 냉철한 팀입니다!)


새로운 시선을 배우다

시공간의 활동은 팀원들에게도 ‘배움’의 과정입니다. 시공간 서비스를 운영하며, 장애를 둘러싼 고정된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한비]

시공간 활동을 하며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내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고객의 니즈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가면서 저희 입장에서 좋아보이는 기능과 실제 유저 분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은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고, 고객이 필요한 것을 함부로 예측하기 보단 실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경험이 더욱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지원]

시공간에 합류하기 전까지 장애인을 떠올릴 때 떠오르는 건 경사로나 점자 블록 같은 물리적 환경이 대부분이었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장벽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비가시적인 디지털 장벽이 때로는 물리적인 장벽보다 훨씬 깊고 넓을 수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대체 텍스트가 없어 정보를 알 수 없거나, 초점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아 접근할 수 없는 웹사이트나 앱이 가득한 디지털 환경은 시각장애인에게 세상과 단절되는 또 하나의 문이 되는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함께 느끼면서, 단순한 ‘문제 인식’을 넘어 정말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자리잡았어요.


기술에 담긴 마음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과 감정에 깊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시공간의 활동을 통해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나현]

기술은 누구에게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유익한 도구지만, 시각장애인과 같은 정보 접근의 장벽을 겪는 분들에게는 ‘편리함’을 넘어 ‘일상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라는 걸 자주 느낍니다. 사용자분들로부터 “정말 잘 쓰고 있어요”라는 말씀을 들을 때는 물론이고, 서비스에 작은 공백이 생겼을 때 빠르게 문의 연락이 들어오는 순간마다, 우리가 만들고 운영하는 기술이 누군가의 생활에 실제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더 또렷이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작은 오류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큰 불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스럽고 책임감 있게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치를 지속할 방법을 찾아서

‘의미 있는 일’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어가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분명한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그 가치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한 현실적 고민 속에서 팀원들은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한비]

시공간은 본질적으로 소셜벤처로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개선”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팀이에요. 그런데 활동하면서 늘 느낀 게 이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지켜내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시각장애인 분들의 디지털 정보격차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인 ‘픽포미’와 ‘소리앨범’의 경우,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와닿는 파급력은 매우 높지만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해나가기 위한 비용을 이 서비스 운영만으로는 충당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소리앨범은 모든 기능이 무료로 제공되며, 픽포미의 경우에도 최근 멤버십을 도입하긴 했으나 단가가 매우 낮을뿐더러 시각장애인 분들의 지불용의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희가 캐시카우로 생각하던 서비스가 기업 대상으로 대체텍스트를 생성해주는 서비스인 ‘에이택’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보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현상황에서 기업들의 대체텍스트에 대한 니즈도 충분치 않았고, 결국 에이택으로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해 지속적으로 시공간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지속가능성은 수익성이 따라줘야 가능하기 때문에, 저희도 계속해서 수익을 확실히 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연]

시공간은 작지만 중요한 문제를 AI 기술로 풀어내는 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불편을 포착해, 이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지금의 트렌드와도 잘 맞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편이지만, 시공간은 먼저 이 흐름을 만들어가며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시공간은 단순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팀이 아니라, 자유롭게 도전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시도해보고, 평소라면 해보지 못했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디지털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환경에서, 기술은 누군가에게 ‘단절’이 되기도 하고, ‘회복’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시공간은 단순히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이 사람에게 닿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우리의 기술이 단절된 일상을 다시 잇고, 세상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으며 나아가고 있죠.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오래도록 이어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시공간은 언제나 ‘어떻게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를 묻고 또 답해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건,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기술 너머의 사람을 향해 나아가는 팀원들이 있기에 시공간은 오늘도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결국 시공간을 이루는 우리 모두에게도 깊은 배움이 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배움의 순간들을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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