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더 이상은 없어야 할 이야기
원작을 먼저 읽고 뮤지컬을 볼 때도 있고, 나중에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이 어떻게 변했느냐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원작을 알고 보면 이해가 더 쉽고 재미도 더 늘어나는 작품들이 있고, 꽤 많은 부분을 고쳐서 괜히 먼저 봤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도 있거든요. 그래서 여유가 있다면 그냥 한 번 보고 원작을 읽고 다시 한번 보는 것도 꽤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유진과 유진>은 소설을 나중에 보게 됐는데 먼저 봤던 뮤지컬과는 또 다른 울림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유진'(큰 유진)은 같은 반에서 자신과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유진'(작은 유진)을 만나게 됩니다. 어쩐지 낯이 익은 얼굴, 큰 유진은 유치원을 같이 다녔던 '유진'이라는 이름의 아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작은 유진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죠. 큰 유진은 작은 유진에게 유치원 때 있었던 사건(성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작은 유진은 역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 작은 유진은 자꾸 그 이야기가 마음에 걸립니다. 그러다 결국은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당시에 너무 큰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렸던 것이죠. 같은 피해를 당하고, 같은 상처를 입었던 두 유진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습니다. 큰 유진의 부모는 큰 유진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고, 작은 유진의 부모는 없었던 일이라고 하면서 자라왔던 것이죠. 그렇게 다르게 살아온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난 두 유진은 이제 함께 그때의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소설이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을 통해서 확인해 보세요.)
소설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뮤지컬은 제목 그대로 두 명의 유진에게 집중하는데요. 뮤지컬은 성인이 된 두 명의 유진이 만나서 자신들의 예전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두 명의 배우가 큰 유진과 작은 유진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두 사람의 엄마 역할도 함께 소화합니다. 큰 유진은 굉장히 밝고 활발한 역할입니다. 가수 O동혁(작은 유진 역할의 배우가 하는데 성은 출연배우의 성을 씁니다)의 열혈팬이기도 하고, 첫사랑 건우와의 연애도 잘하고 싶은 아이죠. 그에 반해 작은 유진은 아주 조용한 차가운 역할입니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전교 1등의 모범생이지만 친구도 없고 어딘지 어둡고 외로운 아이입니다. 이렇게도 다른 두 유진과 두 유진의 엄마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들을 뮤지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뮤지컬로 바뀌는 만큼 무대적인 요소들이 많이 가미됩니다. 동혁의 노래(잊지 못할 짝사랑)라던가, 작은 유진의 춤(지하의 이카루스) 같은 부분들은 뮤지컬만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유진의 엄마가 나오는 장면들에서 배우들은 언제 유진이었냐는 듯이 딴사람이 돼서 연기를 하는데요.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하나의 작품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건 언제 봐도 놀랍습니다)
뮤지컬이 끝날 무렵, 주변을 둘러보면 그야말로 눈물바다입니다. 소설도 마찬가지이지만 <유진과 유진>이 전하는 메시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반짝이는 우정과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들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와 함께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