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향 감독의 '오늘'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물론 2011년에 개봉했던 영화이고, 실제로 관객 동원이라는 면에서 흥행하지 못한 영화였지만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은 이정향 감독이 '집으로' 이후에 처음 만든 영화이기 때문도 아니고,
송혜교가 나오기 때문에 아니고, 주목받는 아역배우 남지현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어떤 영화일지 자세한 내용을 보지 않고 보았지만, 배우에 대한 기대와 감독에 대한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마침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기에 아침부터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의 내용은 몇 글자로 설명하긴 힘들 정도로 무겁다.
이정향 감독의 전작인 '집으로'를 생각하고 봤다면 이게 정말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가장 큰 화두가 되는 것은 '용서'라는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의 제목은 왜 '오늘'일까 하는 의문을 품을 정도로 그 내용은 용서를 쫓고 있다.
영화를 끌어가는 것은 두 사람이다.
뺑소니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송혜교와 부모의 폭력에 시달리는 남지현.
'용서'라는 주제를 두고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용서라는 주제를 심도 깊게 이야기한다.
사형이나 교화 제도가 과연 진정한 용서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영화는 큰 의문을 던진다.
이러한 제도가 가해자의 입장과 가해자의 가족의 입장만을 생각한 것은 아닌지.
피해자에게 교도소에 들어간 가해자를 용서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 맞는 건지.
이러한 용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있는지 영화는 수많은 의문을 던져준다.
어쩌면 우리가 피해자들에게 용서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가하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용서라는 이름으로 덮어두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과연 그러한 처벌은 진정한 용서인지, 그것으로 모든 일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인지.
영화는 보는 내내 나의 머리를 너무나 복잡하게 했다.
이러한 용서의 이야기는 비단 범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누군가와 다투고, 실수를 하고, 사과를 하고, 용서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용서였을까. 되돌아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은 사과를 통해 모두 잊어버린 것인지.
이러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이야기할 수 있었던 감독과의 대화.
감독과의 대화에서 감독은 한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족이 썼다는 영화 감상평을 말해주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용서가 아니라 오늘이라 다행이다.'
감독은 오늘 단 하루라도 피해자들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처럼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나면 어쩌면 이전처럼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공감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공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감한다는 것은 내 주관이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범죄라는 것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면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바꾸어 말하면 공감을 하게 된다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공감이 부족한 사회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삭막한 사회.
매일매일의 뉴스가 그러하고,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그렇다.
그래서 더욱더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말을 듣고, 나는 누군가를 공감하고 살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도 그저 공감이 없는 사회에 흡수되어가는 것일까.
이 영화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를 들으며 너무나 많은 생각을 했다.
이 글로 생각을 제대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생각이 복잡해지는 영화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사족을 달자면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송혜교의 연기였다.
송혜교란 배우가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나왔던 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용서라는 것은 마음에서 미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가장자리로 미뤄두는 것이다'
- 2012년 7월 29일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