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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Jun 10. 2016

아가씨, 하나의 벽을 넘다

-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아가씨가 개봉 전부터 주목 받았던 이유는 단연 박찬욱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연출하는 작품으로는 꽤 오랜만에 개봉하는 장편영화이기도 했고,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중에 하나로 손꼽히는 그의 작품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의 영화에 대한 평은 양극을 달린다. 

그것은 어딘가 모를 불편함 때문이기도 하고, 영화를 감싸고 어두운 분위기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가씨는 기본적으로 3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이야기를 진행한다.

숙희 역을 맡은 김태리의 시점과 히데코 역의 김민희의 시점에서 영화는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내용은 히데코의 상속 재산을 노리는 백작과 숙희, 그리고 그의 이모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백작(하정우)과 히데코(김민희)


그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숙희와 히데코의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둘의 이야기는 어색함과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불편하거나 그것을 반대하는 모습은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은 그냥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다.


물론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긴장감을 주는 반전의 매력도 있고, 화려한 의상과 배경에 눈을 빼앗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숙희와 히데코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성관계 장면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히데코의 저택을 탈출한다.

그것은 이모부에게 억압받고, 고통받던 삶으로 부터의 탈출이기도 하다.

이모부의 변태스러움의 희생양으로 살아야만 했고, 재산때문에 결혼까지 할뻔한 삶으로부터의 탈출인 것이다.

이모부(조진웅)의 변태스러운 경매



두 사람이 이모부가 모은 책을 다 찢어버리고, 뒤엎고 나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유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위해 떠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두 사람만의 온전한 사랑과 삶을 찾아서 하나의 장벽을 넘어선다.


대저택을 벗어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아가씨는 숙희와 히데코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벼운 영화다.

그렇지만 결코 가벼운 분위기의 영화는 아니다.

마치 '내가 박찬욱이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영화 곳곳에는 어딘가 변태스러운 장치들을 넣어두었다.

그래서 그러한 장면을 통해 아가씨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임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장면들은 조금은 과하거나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는 이 영화의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감독이 자신을 나타나는 특유의 표현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가씨라는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이 하나다.

이러한 동성애 소재와 동성 간의 성관계 장면 등을 다루면서 파격이나 논란의 꼬리를 달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그가 박찬욱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것은 하나의 장벽을 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두 '여자'가 아닌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대표적 영화가 될 것 같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생각과 판단을 하겠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히데코의 대사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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