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픔도 상처도 두려움도..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기에...
와일드는 삶에서 많은 아픔과 상처를 가진 한 여성, 셰릴(리즈 위더스푼)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이라는 극한의 길을 걸으면서 그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PCT라는 길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진 4200km 정도 되는 길이라고 하니 그 길이 어느 정도 극한인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이 극한의 길에 들어서게 하고,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셰릴은 어릴 때, 술에 취하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와 살았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폭력에 시달렸고, 셰릴과 동생을 데리고 폭력을 피해 도망을 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항상 밝은 모습을 보였고, 그들에게 유일한 빛과 같았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종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그 충격으로 셰릴은 끝없는 방황의 삶을 시작한다.
사실 셰릴에게 PCT를 횡단하는 것은 목숨을 걸 정도로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 길에 들어선 것은 그녀의 아픔들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영화는 트레킹을 하는 그녀의 모습 중간중간에 과거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그녀가 왜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전히 그 기억들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녀가 아픔을 마주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셰릴이 갖는 두려움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과거의 아픈 기억이고, 또 하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공포다. 그녀는 혼자서 걷기 시작한 이 길에서 다양한 공포에 직면한다. 어둠 속에서 혼자라는 두려움과 도움을 요청하는 남성들에 대한 두려움, 길에 있는 온갖 벌레와 짐승, 그리고 걸음을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끝없는 길까지. 그녀에게 PCT라는 길은 두려움 그 자체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현재의 공포와 더불어 과거의 기억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꿈에서 과거의 아픔을 떠올리고, 흘러가는 노래에서 어머니를 생각한다. 길에서 보내는 순간순간이 불안하고, 그 불안함은 악몽 같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든다. 불현듯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은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아픔과 고통들은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하지만 그녀는 이 험난한 길에서 아주 조금씩 그 아픔들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던 PCT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반복해서 떠올리던 과거의 아픈 기억 속에서 어머니가 진짜 자신에게 알려주고자 했던 것들을 깨달아 간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 길에서 본격적인 치유의 발걸음을 시작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그녀가 PCT를 완주했다는 위대함도 아니고, 압도적인 극한의 풍경도 아니다. 그들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마도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만든 이름, 셰릴 스트레이드'로 거듭나는 치유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를 통해 '길 잃은, 옆길로 벗어난'이라는 스트레이드(Strayed)라는 이름의 뜻과는 반대로 셰릴 스트레이드로 새롭게 태어나서 제대로 된 인생의 길로 돌아오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영화를 보는 이의 마음도 조금은 함께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