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브장 Jun 17. 2016

이웃집에 신이 산다, 삶을 말하다

- 누군가 잊고 살았던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신에 대한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의 원제는 'Le Tout Nouveau Testament'로 해석하면 새로운 신약성서라고 하니 제목에서부터 어딘가 도발적인 면이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신은 출구가 없는 아파트에 살면서 컴퓨터로 자신이 만든 인류를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살고,  아내(여신)에게는 아무말도 못하게 하면서 큰소리를 일삼고, 어린 딸(에아)에게 잔소리와 폭력을 가하는 괴팍한 아저씨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동네아저씨 같은 신과 어린 딸 에아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신이 아닌 그의 열살짜리 딸 '에아'다. 아버지의 행동이 마음의 안 드는 에아는 오빠인 예수의 도움으로 신의 컴퓨터에서 찾아낸 사람들이 죽는 날짜를 사람들에게 모두 전송하고, 컴퓨터를 고장내버린 후 인간 세계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사도 여섯명을 찾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새로운 신약성서를 써내려간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자신에게 남은 수명을 알게 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알게 되자, 어떤 사람들은 하던 일을 그만두고 꿈을 쫓게 되었고, 누군가는 그저 일상의 모습 그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얼마남지 않은 삶의 시간을 통해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가운데 네 명은 사도!

 영화는 남은 시간을 알게 된 여섯 사도의 삶을 '에아'라는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이야기 할 때, 그들이 아이였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금의 삶은 그때와 왜 이렇게 달라지게 되었는지를 상기시키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이 그들이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에아'가 사도들의 인생을 각자의 음악과 연결지어서 보여주는 부분도 매우 흥미롭다. 이 음악들은 그들이 잊고 지냈던 꿈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에아'가 만들어주는 꿈의 장면과 어울어져 기묘하고, 재밌는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음악과 꿈을 통해 사도들의 남은 삶은 기존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아름답지만 한쪽 팔이 없어 늘 외로운 여자, 모험가의 꿈을 가졌지만 오랜시간 회사원으로만 살아온 남자, 스스로를 성도착증이라고 말하는 남자, 자기가 암살자의 운명을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남자, 동심가득한 사랑을 꿈꿨지만 일에만 바쁜 남편을 둔 한 여자, 그리고 자신이 아프다고 생각하는 엄마를 가진 아이"


 여섯 사도에게 주어진 설정이 조금은 특이하고, 이상해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 꿈꾸던 삶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러하고, 어린 시절 꿈꾸던 사랑이라는 것을 잊고,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영화는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삶에서 무언이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에아와 윌리

 이 영화에서 가장 특별한 이야기는 마지막 사도인 윌리의 이야기다. 윌리는 남은 시간이 50일 정도라는 것을 알게 되자, 여자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 바다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맞이 하려고 준비한다. 이를 본 나머지 사도들은 이 아이의 꿈을 돕기 위해 나선다. 그것은 마치 자신들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윌리의 이야기는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독인 '자코 반 도마엘'은 영화마다 삶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우연히 보았던 그의 전작인 '미스터노바디'에서는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삶의 모습과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 질문을 한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도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그 전작에 비해서 아주 밝고, 유쾌하게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굴욕을 당하는 신의 모습과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여신의 세상은 이 영화의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잊혀진 어릴적 꿈을 떠올리고 싶거나 무작정 사랑을 찾아가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끝을 알 수 없는 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덤으로 '미스터노바디'도 챙겨본다면 이 감독의 영화에 빠져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와일드, 치유를 향한 한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