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과의 싸움
곡성의 이야기는 인적 드문 한 마을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에서 시작한다.
고요한 한 마을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잔혹한 살인 사건들이 연이어서 발생한다.
경찰은 버섯을 잘못 먹은 것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마을에 들어온 일본인(쿠니무라 준)을 의심한다.
사건이 계속될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인에 대한 괴담이 퍼지고,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종구(곽도원)의 딸(효진)이 이상한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종구는 외지인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딸을 살리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과 싸움이 시작된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은 전작들처럼 잔혹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준다.
낯선 외국인과 무속신앙, 정체불명의 질병, 그리고 잔혹한 살인까지 어느 하나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물론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나누어지고,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은 장면들이 존재하지만
끝을 향해 갈수록 관객을 조여 오는 전개는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영화는 내용은 저주로부터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분투라고 하면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
지역의 경찰인 중구는 외지인이 사건과 연계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와 대립하고 그의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위협을 가한다.
그러나 그 이후, 딸은 어딘가 이상한 증세를 보이고 중구의 분노 또한 극을 향해간다.
이 두 사람의 대립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는 외지인의 정체는 알 수 없을 테니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딸을 살리기 위해 중구의 어머니는 무당을 부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나타난 무당은 영화가 시작되고,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일광(황정민)이다.
어딘가 범상치 않은 모습의 무당이 나타나고, 그는 외지인을 향해 살을 날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딸을 살리기 위해 아주 위험하고, 거대한 굿판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굿을 할수록 딸이 이상해지는 것을 본 중구는 굿을 멈추게 한다.
점점 이상해지는 딸에 대한 중구의 간절함이 커질수록 외지인에 대한 그의 분노 역시 커져간다.
얼마 후, 중구 일행은 외지인을 죽이고 딸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평화를 찾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에서 영화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진다.
이것은 다시 한 번 긴장의 끝을 놓을 수 없는 불안과 혼란 속으로 관객들을 던져놓는다.
영화에서는 잠깐씩 등장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천우희가 다시 한 번 등장한다.
그리고 중구는 마지막으로 정체불명의 여자와 일광 사이에서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누구도 믿기 힘든 상황,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은 극적인 긴장감을 선보인다.
조용한 마을에 외지인이 나타난 뒤로 생기는 사건들은 외지인을 의심하게 한다.
외지인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우리 사회의 불안을 담고 있는 듯하다.
딸을 살리겠다는 아버지의 일념을 보여주지만 그것은 마을을 외지인으로부터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안한 세상을 영화는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는 외지인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감은 영화 속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것을 무속신앙이라는 장치를 통해 극대화하고 있지만 어딘가 우리 사회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인 느낌이라서 감독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은 누구를 믿을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새벽닭이 세 번 울기 전까지 당신이라면 누구를 믿을 것인가.
혼란과 공포로 가득한 세상에서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