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는 상처이지만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래도 교육생 30명 정도에 여자가 셋이었다.
내가 딱 중간이긴 한데 위로 한 명 아래로 한 명인데 셋 중 결혼한 사람은 셋 중 둘, 언니와 나였다.
가로로 2-2-2 해서 6명 열로 4.5줄인데 자리는 나이 순서대로 했음에도 왼쪽 뒤로 여자들만 셋을 모아두셨다
나에게는 이게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실습을 위한 조는 다행히 교수님이 정하셨는데 우리 조에는 작은 형님과 85형이 있었기에 그 멤버와 친해지는 게 어렵지 않았었다.
참고로 멤버는 이미 내가 오기 전에 형성이 되어 있었고 85형과 87 오빠는 기숙사 룸메이트라 더 빨리 친해졌었던 거 같다.
처음 내가 이곳에 와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직장 내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까는 건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인지 모를 질문들이었는데 그중 사건이 된 질문들과 말들을 간추려 본다면
첫 번째는 지금 남편 전에 몇 명이나 남자 만나봤냐?
두 번째는 노래한곡 불러봐요
세 번째는 남편이 밤에 잘해주나 봐요?
네 번째는 남편이랑 관계 어때요?
다섯 번째(이건 내가 공부를 하기 위해 1학기 내내 학교에서 실습과 이론 자습을 병행하다 보니 나온 이야기인데) 남편이 잘 안 해주나 봐요?
대충 이 정도가 있었다.
이건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들인데 이 이야기의 대부분이 큰오빠가 한 이야기였다.
근데 솔직히 나에게는 무시할 만큼의 이야기들 이기에 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학과 일정 중에 인성교육이 있었는데 그게 3일 정도? 실습을 하지 않고 외부강사와 와서 조를 만들어 다 같이 협동수업처럼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타인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추어지는지 알아가는 수업이며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배우는 그런 수업이었는데 그래서 실습조와 다르게 즉흥적으로 자리 순서대로 대충 짜였는데
하필 언니가 큰오빠 작은오빠 87 오빠가 있는 조에 들어갔는데
수업을 하는데 갑자기 나에게 문자가 왔었다.
큰오빠 원래 사람이 저렇냐는 식의 문자였다.
처음에는 호칭을 좀 애매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거 때문인가 했는데 저 문제였었다.
발표를 하고 끝나서 들어오려는데 갑자기 노래한곡해보라고 했단다
같은 조였던 오빠들도 갑자기 왜 노래를 하라는 건가 싶어 의아했다가 87 오빠가 요즘 그러면 안 돼요 용돈이라도 주면서 그래야지요 하면서 장난으로 무마시키려 했는데 언니는 그 말이 더 화가 났었다고 한다.
그래.. 일부 여자들에게는 그런 말들이 수치스럽기도 하겠지 대충 흘려듣는다면 무시할 수 있는 발언이고
결국 이 사건이 문제가 되어 언니가 나와 이야기를 하자고 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고 나도 이곳 남자들의 문제점을 이야기했고 언니도 이야기를 했는데 어떻게 처리할지는 이미 다 정해서 왔었더라 나와 이야기를 해서 내가 큰오빠한테 직접 그 말들이 문제이니 사과를 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교수에게 직접 찾아간다 하더라 당시 85 오빠나 84 오빠 다 인성교육받기 싫다고 사라졌던 터라 일단 우리 또래 오빠들이 오고 이야기를 해서 오빠들이 직접 이야기하게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이미 여자를 그런 도구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뭐라고 한다 해서 잘못됨을 느낄 사람들이 아니다고 했는데 내가 직접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면 교수님께 직접 찾아간다 하더라
결국 이야기하다가 안 될 거 같아서 이야기해 줬다.
"제가 직접 이야기하는 건 의미 없고 언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런데 교수님께 찾아간다고 해서 좋을 건 없을 거 같아요 근데 교수님께 가더라도 누구라고 꼬집어 이야기하지 마시고 일단 막내도 있고 작가도 이제 갓 결혼한 신혼인데 이런 식의 이야기는 좋지 않으니 교수님이 단속만 시켜주십사 하고 그 정도로만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본인하고 이야기도 하지 않고 교수님한테 찾아가서 누가 이런 말을 했니 마니는 좋지 않을 거 같아요"
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교수실로 가더라
학기 초이기도 했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저 사람한테 도움을 받을지 모르는데 괜히 사이 틀어져서 좋을 게 있겠나 싶은 마음도 있었고 충분히 시간이 지나서 당사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면 풀어질만한 내용이라 생각을 했는데..
교수님한테 찾아가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말을 했는지 조금씩 부풀려 다 이야기를 하였더라
그 문제로 큰오빠도 불려 갔었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우리 반대형과 총무(84 오빠가 총무가 되었다) 그리고 87 오빠를 잡고는 그 일을 이야기하는데 85형이 이런 일이 있음 우리들하고 먼저 이야기를 하시지 왜 바로 교수실로 가셨나 하니까
"작가랑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하라고 이야기했어요"
라고 이야기 했다더라
그 말에 형들이 찾아와서 넌 우리들하고 이야기 한번 해보라고 하지 왜 교수실로 바로 보냈냐길래 또 어이없는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난 그런 적 없다고 오빠들 돌아오면 충분히 이야기하고 그 오빠들 통해서 당사자에게 불쾌감 전달 하라 했는데 기다리는 거 싫다더라 그리고 나랑 이야기해서 안되면 자기는 무조건 교수실 찾아갈 거다 지금 남편이 화가 나서 찾아온다 했다더라라고 이야기를 전달하니 형들은 그래 네가 그렇게 하라 했을 리가 없지 다 같이 다니는 멤버인데 라며 나의 억울함(?)을 이해해 주더라
남녀차별 발언이 될 수도 있는데 어느 모임을 가나 이런 말이 있다.
"모임에 여자가 들어오면 그 모임은 쫑난다"
내가 여자들과의 대화를 꺼리는 이유가 이거다
불리하면 자기한테 유리하게 말을 바꿔버리고 빼버린다.
다 큰 성인이 뒷일까지 지가 책임질 수 있다고 한 행동을 왜 내가 시킨 거처럼 하는지 모르겠다.
거기서 84 오빠는 이러더라 항상 이런 일에는 남자만 피해본다고
저런 말들이 여자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고 극 개인사를 침해한다는 생각이나 실수는 인정하지 않고 본인이 들은 이야기가 아니기에 아무렇지 않게 생가하는 것
그리고 왜 부당하게 당할 거라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피해의식일까..?
이후 난 또다시 교수실을 찾아갔다.
대부분 교수님이 말한 건 위에 한 이야기들이었고 거기에 나도 엎어서 이야기들인데 큰오빠는 그 언니와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보니 노래 한번 해봐라와 지금 남편 전에 몇 명을 만나봤냐? 이 두 가지 소재의 이야기만 했었다더라
거기에 나도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들은 이미 저도 다 들었던 거고 그 외 어린애들도 저에게 남편이 잘해주냐 공부한다고 늦게 가니까 남편이 잘 안 해주니까 집에 안 가나 봐요? 지난번 다 같이 술을 마셨는데 남편이 데리러 왔는데 남편한테 같이 여성접대부가 있는 노래방 가자고 내가 있음에도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 등 여러 이야기를 더 했다
큰오빠 일이 문제가 있다면 전체가 다 문제이니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실 거면 이 문제 또한 짚고 넘어가 달라 어찌 보면 나도 미투를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입학하고 3개월 정도 지나니까 반에서도 파가 나뉘는 게 보였었다.
나는 반대와 총무 그리고 큰 형님들과 멤버가 되었고
언니는 막내여자동생과 30대 초반 애들과 멤버가 형성이 되었고
나머지 공부도 안 하고 노는 애들끼리 주로 멤버가 되었었다.
그 외 둘씩 쪼개지는 애들도 있었다.
언니멤버들과 우리 멤버는 중간중간 호칭이나 학교생활 문제로 약간의 마찰이 있긴 했었지만 너무 단순한 일이었기에 "뭐 하는 거고" 정도의 마찰이었기에 무시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중간중간에도 친하게 지내면 문제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는 내가 단속을 시켰는데 내가 젤 어리다 보니 내 이야기를 들었겠어?
실수를 한건 실수를 한 거고 그렇다고 우리 멤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가 문제인 것만 짚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너무 언니네 멤버만 피해자라는 인식을 주긴 싫었고 한편 우리 멤버만 피 보는 건 싫다는 나의 소심한 복수였지
그리고 이미 이간질로 내가 나쁜 년이 되어버릴 뻔했으니까 그게 또 짜증이 났었고
여기서 나도 기분이 더러웠던 것은 교수님이 이 이야기를 했을 때
"언니씨랑 시하랑은 다르지~"
이 이야기였다.
왜? 누구한테는 성희롱이 나에게는 아무 문제없는 말이 될 수 있는 거지?
"그쵸 저야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었는 데다 남자들 이런 거 이미 다 겪으면서 밑바닥부터 구르면서 올라왔으니까요 근데 남자들의 세계에 들어왔음 언니도 어느 정도 감내할 건 감내해야지요 아.. 근데 이젠 제가 참아도 남편이 참아줄지 모르겠어요 저도 언니랑 마찬가지로 결혼했잖아요"
이 말 하나 날리고 나왔었다.
온실 속에서 자랐다고 이곳까지 와서 온실 속 화초 대우받길 원했나 보다
나도 야생화로 피어났지만 이제 온실 속으로 옮겨온 화초인데 말이다.
수치스럽다거나 불쾌감은 상대가 판단하는 것이 아닌 그 상황의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이다.
남이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는데 문제는 우리 멤버도 내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넘기니 나에게는 당연한 줄 알았었나 보다.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것도 불쾌감을 모르는 게 아니라
그 정도는 무시할 만큼 단단할 뿐 상처 대신 잊지 않고 기억할 뿐이다.
"괜찮다"는 말은 상대를 배려하는 게 아닌 상대를 무감각하게 하고 또 다르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이다.
나이가 어리고 성별이 다를 때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어려워 더 숨기게 되고 상처를 받아도 표현하는 게 많이 힘들다 하지만 그걸 숨긴다면 더 많은 상처와 수치심을 감내해야 하는데 단 한 번이라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 개 같은 상황을 끝까지 감내할 수 있을까?
만약, 할 수 없겠으면 바로 표현하는 게 정답이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
나에게 말 실수 하는 것도 나를 상황모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
적어도 말실수는 듣고 무시할 수 있지만 나를 상황모면용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기에 바로 표현했다. 적어도 내가 하지 말과 행동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오해받을 짓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